NYT “평화체제 협상, 北비핵화가 선결조건”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6자회담과는 별도의 장에서 당사국간 개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 관련,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체제 협상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뉴욕 타임스(NT)가 17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은 북핵 6자회담의 진척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전술적 측면을 놓고 장시간 토론했다”면서 “특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체 이전에 전력 생산을 위한 대북 경수로 지원이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수행중인 마이클 그린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노 대통령은 그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온건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선호했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미국의 유연한 대북 입장을 굳이 요청하지 않은 것은 지난 9월 북핵 6자회담 당사국간 합의한 공동성명의 내용이 아주 명확하게 나와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후진타오(胡錦
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협상대표들이 북한에 대해 한층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 강경 입장인 미.일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하루 뒤 열린 한미정상 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반복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한중정상회담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미국 관리들은 물론 한국 관리들 일부들에게도 다소간의 불안감을 안겨주었다”면서 “그러나 한미 지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관계가 가장 돈독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은 “북한을 포용하고 보다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온 노 대통령은 그간 평화적 해결 방안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여온 반면, 부시 대통령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왔다”면서 “그러나 노 대통령은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혀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 통신은 또 “부시 대통령은 국내에 있건 해외에 있건 정상회담 분위기를 주도하는 특징을 보여왔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보다 말을 두배나 많이 했고, 부시 대통령은 답변을 짧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의 첫 부산 방문 길에는 ‘스톱 부시(Stop Bush)’라는 피켓을 들고 한미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과 ‘우린 미국을 사랑한다(We Love USA)’는 피켓을 든 보수인사들이 교차했지만, 최근 부시 대통령의 남미순방 때 맞았던 반미 시위보다는 훨씬 규모가 적었다”고 보도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