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핵 진전은 美행정부내 국무부의 승리”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이틀 전 외교정책 전문가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체니는 참석자중 한 명인 뉴아메리카재단의 스티븐 클레몬스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기로 한 결정의 배경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체니는 30분 넘게 질문과 설명을 진행했지만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자를 몇 초간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나는 이 결정을 발표할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국무부에서 궁금한 것을 해결하라”고 말한 뒤 질문받기를 중단하고 방을 나가 버렸다.

핵 신고서를 제출한 북한에 대해 부시 미 대통령이 적성국 교역법 적용해제를 발표한 것은 북한에 관한 부시 행정부내 국무부와 체니 부통령간 ‘중요한 전투(Major battle)’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파의 대북 강경론을 누르고 끈질긴 협상을 통한 북핵사태 해결을 주장해온 라이스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신문은 미 행정부가 이번 조치를 상당히 상징적이고 호혜적인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결국 한반도 비핵화로 이르게 될 기나긴 외교적 과정의 첫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하고 언론사까지 초청했지만, 북한의 핵 보유의 정확한 실태는 아직도 모호한 상황이다. 북한은 과거 인정했던 것보다 약간 더 많은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핵 신고서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과정이나 여타 국가에 대한 핵기술 전수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미 민주당과 상당수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너무 오랫동안 북핵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도록 허용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대편의 보수 강경파들도 미국이 너무 작은 성과를 위해 너무 많이 양보했으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담당 보좌관도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과거 취했던 ‘모 아니면 도(All-or-nothing)’전략 대신에 ‘점진적 진행’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음을 시인했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클린턴 정부와 합의했던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했고 북한을 고립시키는 압박작전을 전개했지만, 이런 대화의 포기가 바로 북한에 플루토늄을 생산해 핵 강국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만일 부시가 당시 외교적 협상과정을 지속했더라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충분한 플루토늄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칼로스 파스쿠얼 외교정책담당 국장은 “2002년의 결정으로 북한에 영변 핵시설에서 국제사찰단을 추방하고 핵폭탄을 만들도록 문을 열어준 셈” 이라며 “이는 부시 행정부 정책의 비극”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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