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균형자론’ 해명, 전문가들 “글쎄요”

▲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사진:연합>

“동맹이라고 매사 편들고, 동맹이 아니라고 매사 반대하지 않겠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 차장은 14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북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행위자로서, 역내 국가 간에 조화를 추구하고 평화 번영을 촉진하는 주체로서 역할”이라고 동북아 균형자론을 정의했다.

이 차장은 참여정부가 내세운 균형자론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당사자. 그가 직접 나섰다는 것은 ‘균형자론’에 쏟아지는 각계의 비판을 정부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균형자론을 제기한 이후 각계에서는 한∙미동맹이 불안한 상황에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미국은 미∙중 갈등을 전제로 동북아를 보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균형자 주장, 한∙미동맹 틀 변화 가져오나

한∙미 양국은 전략적 이해를 같이하는 만큼 사소한 입장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차장은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만큼 유대를 끊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동맹의 중요한 근거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북관이 변하고 있는 데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속에서도 갈등관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가치 공유와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가치만으로 동맹을 끌어가기는 힘들다는 지적.

동북아 균형자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 문제와 관련, 이 차장은 “우리의 경제∙문화∙외교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중∙일 간에 높은 수준의 정상회담을 주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주변국의 반응에 대해서 “중국도 지지한다는 입장이고 북한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부정적이지 않다”면서 “미국엔 먼저 설명을 했고 이후 물어올 때마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설명했다”고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반응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차장이 언급한 대로 균형자론이 한∙미동맹에 근거한 평화 노력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방 3각동맹 탈피’, ‘민족공조와 한미동맹 병행’, ‘미군 재비치 등과 관련된 정책 불일치’ 등 참여정부의 일련의 행보가운데 균형자론이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갈등의 축, 북한이 존재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이 차장은 주변국들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법에 합의했기 때문에 균형자론의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의체로 발전시키거나, 6자회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단계가 되면 그때부터 균형자역할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도 지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의 존재. 정부는 북한이 균형자론을 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남측의 동북아 균형자론 논란과 관련, 논평을 내고 “미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교란시키는 기본 장본인”이라며 “이들을 지역안보 구도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동북아 분쟁의 축이 되고 있는 북한과 군사적 대치상태에 있는 우리 나라가 북∙중과 미∙일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결국 우리는 지렛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

백승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상 자체야 약소국이 장기적인 비전으로 그런(균형자) 이야기가 오고 갈 수도 있지만, 현실성이 없는 발언을 대통령이 앞장서면서 주변 동맹국의 불신만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이어 “균형자는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안별로 (미∙중 사이에서)다르게 대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며 “미국은 이러한 한국의 행동을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려는 행동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 사안별 대처 가능하나

세종연구소 김성철 연구위원은 “정부에서는 균형외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안별로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에서도 입장은 상반된다. 백 교수는 “북한이라는 안보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균형자는 통일 이후, 또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변화되는 상황에서나 검토 가능한 이론이다”면서 “북한이라는 안보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은 제재, 중국은 제재를 반대할 경우 한국은 주변국과의 관계와 남북관계를 고려해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미국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일방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 균형자론이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수준이라면 논란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정부가 내세운 균형자론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략적 의미와 현실적 효과에 대해 충분히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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