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평가회의 개막..아난 “전세계 비핵지대화” 촉구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이행실태 점검과 향후 핵 비확산, 핵 군축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중점 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NPT 재평가회의가 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막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전세계의 비핵지대화”를 위해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핵물질을 국제기구 통제 하에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스스로의 핵 감축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회의가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난 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핵무기의 사용을 막는 궁극적인 길은 전세계의 비핵지대화”라면서 “우리가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를 진심으로 추구한다면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현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하며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핵물질 감축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또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 실험의 동결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속한 가입 약속을 재확인하고 냉전시대의 라이벌들은 핵 탄두를 수천개가 아닌 수백개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체결된 `모스크바 조약’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2012년까지 핵탄두를 각각 1천700개와 2천개로 감축할 예정이다.

아난 총장은 “평화적인 목적의 핵 에너지 개발 및 사용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도 있는 능력의 개발을 통해서만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밝혀 이란에 핵개발을 자제할 것을 간접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해당국가들이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 시설의 개발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난 총장은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한 국가가 탈퇴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NPT 체제의 신뢰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조약 위반행위들이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이 조약이 의존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집단보장의 원칙은 의문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 시설을 국제기구 또는 지역기구의 통제 하에 두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이 방안이 협의되는동안 새로운 핵주기 시설들의 건설을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와 함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위해 핵물질이 필요한 국가들에 대해 이의 공급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할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물질 농축이나 재처리 기술의 이전을 전면 금지하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존 제안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 대표로 연설한 스티븐 레이드메이커 국무부 차관보는 “우리는 핵무기 감축을 위해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찬했다.

한달간 계속되는 이 회의에서는 핵비확산, 군축,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등 전통적 의제 이외에도 북한 및 이란 핵문제,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 통제, 추가의정서의 보편성 확보 및 검증 표준화, 평가회의의 연례화 및 상설위원회 설치 등 NPT 강화조치, NPT 탈퇴조항의 해석 등 새로운 쟁점들도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핵무기 비확산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핵보유국의 군축과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 비동맹국가들이 첨예하게 맞서 의제도 정하지 못한채 개막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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