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국면서 하태경 의원과 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

I. 두 개의 NLL 논쟁
 
그 동안 NLL 관련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크게 보아 두 가지였다. 첫째, 국정원이 2007년 10월 초의 노무현-김정일 회담 기록을 공개한 것이 정당한가?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 포기에 동의하였는가? 그러던 문제가 이제는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으로 ‘사초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초유의 사태와 NLL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라는 사태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정원의 회담기록 공개에 대해서는 민주당뿐 아니라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 그리고 일부 신문도 사설을 통해 맹렬하게 비판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논쟁이 반드시 진영논리의 소산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둘째, ‘노무현 NLL 포기론’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하태경 의원은 ‘결코 포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새누리당의 공식적 입장은 ‘한글만 제대로 읽을 줄 알아도 노무현 전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였음이 명백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NLL 관련한 두 논쟁은 결코 단번에 그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목청을 높이기 전에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정밀하게 살펴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NLL 관련 논쟁에 들어가기 전에 하태경 의원의 견해를 놓고, 몇몇 우파 논객들이 새누리당에서 그를 제명 출당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은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 견해가 소신이라면 당론에 배치될 수도, 심지어 대부분의 국민들의 주장과 다를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역할을 등에라고 한 것은, 바로 아테네 시민들의 집단적 이성마비에 대한 경고자의 역할을 자임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놓고, ‘주사파에서 전향하였지만 아직 사상이 의심스러운 트로이 목마’라는 등의 비판은 자신들만이 성골(聖骨) 애국시민이라는 오만에 찬 욕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꾸로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론’에 대한  비판을 ‘이른바 애국시민이 노빠를 까는 재미에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황당한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 하태경 의원이 언급한 애국시민들은 민주당의 노빠에도 새누리당의 웰빙족에도 사실 관심이 없다. 애국시민들이 이들을 가끔 경멸조로 비난한다고 해서 이들이 비판의 주 대상이라고 보는 것은 하태경 의원 자신의 상상일 뿐이다.

노빠가 있든 없든 NLL은 훼손되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NLL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군인들의 희생이 그것이며, 이 희생을 무지한 정치가의 소영웅주의로 인해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바로 국익 수호의 핵심이다.

II. 노무현-김정일 회담 기록 공개는 정당한가?

국정원의 회담 기록 공개에 대한 주된 비판은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국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회담 내용을 공개하면 어떤 나라가 한국의 대통령과 회담할 때 공개되기 어려운, 그러나 서로의 신뢰를 쌓기 위해 필요한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비판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회담 기록 공개는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공개되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논쟁이 있었고, 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정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NLL 관련하여 노-김 회담 내용을 최초로 공개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다음은 2007년 10월 12일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그가 말한 내용이다.

“내가 김정일 위원장한테 분명히 얘기했다. 그거 지금 양보할 수가 없다, 지금 해결할 수가 없다. 분명히 얘기를 했다. 우리가 그걸 지금 테이블에 올려서 옥신각신해서 절대 해결 안 된다. 그리고 그걸 내가 여기서 양보할 수 없다. 그건 분명하게 얘기했다. 다만 기본합의에 이미 기본방침이 나와 있으니까 뒤로 미루자, 미래 지향적인 질서를 새롭게 구축해 가면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느냐 그렇게만 정리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일 제51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더욱 감정적으로 이점을 밝혔다:

“가서 헌법 건드리지 말고 와라, NLL 문제지요. 그거 건드리지 말고 와라, 내 마음대로 자 대고 죽 긋고 내려오면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혀질 것 아닙니까? 내려오지도 못합니다. 아마 판문점 어디에서 좌파 친북 대통령 노무현은 돌아오지 마라. 북한에서 살아라, 이렇게 프랭카드 붙지 않겠습니까? NLL도 못 들어주지, 그러니까 헌법 건드리지 마라,  NLL 건드리지 말으라는 이야기에요. 어쨌든 NLL 안 건드리고 왔습니다.”

같은 해 12월 13일에 있었던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한군 장교가 프로젝터로 북한이 생각하는 공동어로수역을 화면에 비추려 하자, 한국 해군소령이 프로젝터를 막는 소동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북측회담 대표는 경멸조로 ‘남측 여론이 그렇게 무섭습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등 노-김 회담에 배석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회담에서 NLL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한나라당은 회담 전후에 NLL 이면합의설 의혹을 제기하였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심증이었을 뿐 큰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실제로 회담 수개월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은 NLL의 비합법성을 주장하여왔고 그것이 김정일과의 회담용이었다는 점은 분명하였다. 객관적으로 보아 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식은 정확하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극히 편향되었다. 그러나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NLL에 대하여 경멸조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김정일 회담 내용과 관련하여 극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12년 10월 29일 대선을 앞두고 나온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이었다.

“역사적인 10.4 선언에 명기된 조선 서해서의 공동 어로와 평화수역 설정 문제는 철두철미 북방한계선(NLL) 자체의 불법 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 합의 조치의 하나이다. 북방한계선(NLL) 존중을 전제로 10.4 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박근혜X의 떠벌림이나 다른 괴뢰 당국자들의 북방한계선(NLL) 고수 주장은 그 어느 것이나 예외 없이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다.”

위 성명서는 노-김 회담의 대화록을 보았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폭로가 있고 얼마 안 되어 나왔다. NLL을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는 회담 당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회담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북한은 10.4선언이 NLL의 불법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문헌 의원의 폭로와 북한의 주장이 서로 부합하게 되었고, 민주당의 주장은 이와는 반대가 되었다. 참으로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을 부정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친애해 마지않는 북한정권의 주장도 동시에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후의 상황 전개에 대해서는 독자들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서로 고소를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였다. 왜냐하면 국민들 다수는 ‘NLL 포기’를 일종의 영토포기 내지는 반역행위로 간주하여 민주당의 집권자격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회담에 대하여 공공기록물을 갖고 있는 국정원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여부는 그의 대북·통일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민주당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한국에서 안보위협적 집단인지 아니면 안보보장적 집단인지 여부는 민주당이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사항이다.

만일 회담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주장한 것처럼 ‘NLL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면, 국정원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 되고 굳이 대화록을 공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내지는 ‘NLL의 심각한 훼손’의 내용이 회담록에 있다면,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논쟁에 개입하지 않고 회담록을 덮어 버리던지 아니면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이른바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민주당과 같은 주요정당의 안보신뢰성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국익을 위한 것이고, 집권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것도 국익을 위한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혹은 무엇이 덜 위험한가?
 
우리는 위키리크스에 의해 방대한 미국의 외교비밀문서가 공개되었어도 그것이 미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고 있다. 또 영국 첩보부가 G20에 참가한 정상들의 전화와 인터넷 활동을 모두 도청하였다는 것이 언론에 공개되었어도, 영국정부가 큰 곤경에 처했다는 말은 없다. 노-김 대화록이 공개된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하여 중국지도부와 북한과 통일, 북핵문제에 대하여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고, 대통령은 언론인들을 만나 대화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기도 하였다.

정상회담 내용 공개불가의 원칙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나 통용될 뿐이다. 국가원수가 사실상 영토포기 내지는 안보상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경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반드시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통령 취임식의 선서 위반이고, 따라서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계약위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언론의 탐사보도에 의해 알려지는 것이 상례이지만, 노-김 회담의 대화록의 경우는 언론에 유출이 된다하여도 의혹을 해속(解束)할 수는 없다. 국정원 역시 공개한 문건을 조작하였다는 비난에 처할 수 있고 처했지만, 그것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국정원은 곧바로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계속)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