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남북 공동어로구역으로 조성하는 것이 NLL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 간 합의(10.4선언)를 존중해 평화수역을 조성해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NLL 인근 해군 서해기지에서 정찰총국 소속으로 5년간 근무한 탈북자 한철희(가명·48) 씨는 이 같은 문 후보의 공약은 결국 북한에게 NLL을 남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남북 간 충돌 빌미를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결과를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 씨는 공동어로구역 구상을 NLL 남진(南進) 기회만 노리는 북한에게 목덜미를 잡히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NLL 자체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여기고 있다. 공동어로수역이 설치되면 남북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며 “제2의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동어로를 할 경우 민간 어선 간에 충돌도 피할 수 없으며, 여기에 군함이 개입할 경우 오히려 남북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NLL 인근을 작전지역으로 하는 북한 해군과 정찰총국의 작전 목표에도 공동어로구역 설치는 매우 유리하다고 한 씨는 말했다. 한 씨는 “북한은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선을 통해 이 지역에서 서해의 섬들과 해안에 배치된 군사시설을 수시로 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서해 5도를 ‘원래 우리 섬인데 전쟁 당시 해군 무력이 약해 빼앗겼다’ ‘어떤 식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기회를 봐서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식으로 교육한다”면서 공동어로구역 설치에 합의하면 북한의 대남공작 해상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철희 씨와의 인터뷰 전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남북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면 무력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와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결국 북한에 떠넘기는 반(反)국가적 행위라고 본다. 북한은 꽃게잡이 등 어장확대의 경제적 가치로 NLL 문제를 보지 않는다. NLL 자체를 없애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남북 모두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구상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북한의 서해안에는 국영 수산사업소들과 수산협동조합, 수출 수산기지, 외화벌이 사업소가 수백 개 있다. 철 따라 각종 수산물 채취로 수익을 챙겨왔다. 그중에는 꽃게잡이, 조개잡이가 가장 인기가 높은데 평안북도 철산반도 주변과 평안남도 온천 근해, 황해남도 장산곶 인근이 주요 어장이다. 이들 지역의 어장만 하더라도 북한의 어업 수확능력에서는 충분할 정도다. 어선 규모와 꽃게잡이 어구 등의 문제가 훨씬 크다.
NLL 인근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어선은 한 척도 없다. 일반 어선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절대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어민들도 경비정에 잘못 걸리면 ‘월남 도주’의 정치적 오명을 받기 때문에 철저히 (인근 지역으로의 출항을) 자제하고 있다. 어민들도 NLL 인근에 가지 않더라도 어장이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평상시 경비부대의 어업단속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해안 경비초소에서 이미 정해진 곳 외에 이탈하지 말 것을 엄격히 강조해 내보낸다. 장산곶 인근부터는 어선보다 해군경비정이 더 많이 나와 단속을 하고 있다. 인근 섬 방어대에서도 24시간 쌍안경으로 감시를 하다가 이탈하는 배가 있으면 사이렌과 보총사격으로 사전에 제지, 차단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로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원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북한 당국은 어민들이 남한 어선들과 어울리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양측의 어선과 어로설비, 도구, 생활상 차이가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꽃게잡이를 비롯한 북한 어선들은 어구(그물 등)와 연료가 없어 자기 영해의 풍부한 물고기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순수한 어장으로서 구태여 NLL까지 확대할 의지는 없다. 오직 이곳을 무력화시키려는 목적뿐이다.”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면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남북 간의 충돌위험이 항시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북한은 진짜 어선이든, 위장(정탐용)어선이든 NLL에 진입한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군 경비함을 공동어로 구역에 진입시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어선 간 분쟁이 발생하면 해군의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벌어진 ‘도끼만행사건’도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 사건도 결국 상호 간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없었던 탓에 ‘공동구역’이란 이름 때문에 수십 명이 난도질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 어선들까지 이 판에 끼어들어 어부지리를 보려고 하는 경우 자칫 중국과의 분쟁까지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의 남한 침투 가능성이 용이해진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당연하다. 끊임없는 정탐행위를 일삼는 북한의 공작선이 이 지역에서 서해의 섬들과 해안에 배치된 군사시설을 탐지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NLL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군은?
“황해남도 과일군(서해갑문 남쪽) 이남이 북한군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다. 석도와 초도를 비롯한 모든 섬에는 방어대대(해안포 부대)들과 해군 어뢰정, 탱크포정, 방사포정, 로켓포정, 잠수함(잠수정) 편대(대대급)들이 함께 배속돼있다.
구체적으로 3군단(온천군, 남포)과 4군단(장연군, 해주), 서해함대사령부의 5개 전대(여단 급) 중 사곶(황해남도 옹진군)에 위치한 1개 전대가 서해 5도와 NLL을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해주인근 지역 섬들에 공기방석정(공기부양정, 속도 50~60노트) 대대와 직승기(헬기) 전투부대까지 새로 증강된 상태다.”
-북한이 NLL 인근에 무력을 증강하는 이유는?
“북한이 이들 지역에 무력을 집중시킨 이유는 이 지역이 분쟁지역이고, 남한 측 5개 섬이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군사분계선(38선) 이북지역에 있기 때문에 점령하려는 목적에 있다.”
– NLL인근 군부대의 전략목표는 무엇인가?
“북한 당국은 서해 5도를 ‘원래 우리 섬인데 6.25당시 해군무력이 약해 빼앗겼다’ ‘어떤 식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기회를 봐서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식으로 교육한다. 서해 5도를 되찾아야 분쟁이 해소된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은 서해 5도를 ‘남한이 강점해 빼앗긴 우리 땅’으로 인식한다.”
-공동어로수역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군의 대응은?
“남한과 미국을 침략자로 교육하는 조건에서 군인들에게는 ‘침략자들의 책동을 짓부수고 빼앗긴 영토를 찾아야 한다’며 결사의 각오를 독려한다. 한번만 충돌하면 무조건 간다는 생각뿐이다.”
-공동어로 구역이 활성화될 경우, 북한군의 전술은?
“공동어로 구역이 설정된다고 해도 절대 일반 어민들을 진출시키지 않을 것이다. 정찰국(연락소) 위장어선들을 출입시켜 정찰활동을 벌이고, 남한 어민들을 상대로 하는 적화공작 마당으로 이용할 것이다. 즉, 정찰국이 보유하고 있는 수십 척의 위장어선으로 동·서해 기지전투원들의 ‘밀로(密路)’ 작전지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잠수정을 통해 육지로 침투하는 전진기지로써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이 합의하더라도 위험하다고 보는가?
“결국 돌이킬 수 없고, 되찾을 수 없는 역사의 오명으로 남게 될 것이다. 현재 남북은 휴전 상태다. 적과의 합의는 다시 돌려놓을 수 없고 몇천 배의 피 값을 치른다 해도 회복하지 못한다. 60년 동안 NLL 무력화를 호시탐탐 노려온 북한에게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안보를 위해서나 남북의 미래를 위해서도 NLL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