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계 독선, 민노당 휘청거린다

요즘 민주노동당 내부가 시끄럽다. 민노당의 기관지 [이론과 실천]을 제작해왔던 최영민 편집장이 NL성향의 지도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고’되었다는 일부 당원들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자율과 연대>라는 모임이 조직되었고 현재 민노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성향의 정성희 신임 ‘기관지 위원장’이 비NL 성향의 최영민 편집장을 해고함으로써 당내 기관지를 특정정파가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발단되었다.

우선 ‘진보정당’을 자부해왔던 민노당 내에서조차 구시대 정당들에서나 볼 수 있던 정파정치, 계파정치가 작동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기관지 편집장 해고 사태’가 당 외부에 정파투쟁으로 비쳐질까 우려하는 당원들의 걱정도 적지 않지만 사실상 문제의 본질은 지난 한해 동안 최대세력으로 부상한 NL세력의 ‘권력장악’을 위한 밀어붙이기라는 점을 일반 당원들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노당, NL계 따라가면 망한다

기관지의 책임자가 바뀐다는 것은 기관지의 성격과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기관지마저 NL론 일색으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진보정당의 ‘대명사’로 불려지는 민노당이 NL세력의 ‘주력사업장’으로 전락해가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NL세력이 득세하면 할수록 민노당의 ‘진보성’이 거세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PD(민중민주주의 혁명)계열의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나, 전통적으로 PD진영은 유럽좌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논쟁과 토론을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려는 도덕성이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NL세력들은 북한에서 물려받은 폐쇄적인 민족주의나 지도자∙지도부의 역할이 절대화되는 조직논리를 지향함으로써 ‘자신들만의 가치실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다.

PD진영이 김정일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며 탈북자문제를 최소한 ‘한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반해, NL세력이 김정일정권에 우호적이고 탈북자문제에 대해 ‘함구’나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같은 친북∙친김정일 메커니즘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에서 NL세력이 득세하는 것은 한국의 진보운동 전체에서도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토론과 검증을 무시하고 가설과 우상에만 익숙한 세력들이 갖고 있는 ‘진보성’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7년간 ‘가짜 진보’들 덕분에 ‘진짜 진보’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민노당은 이제부터 ‘진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첫 깃발을 북한 2300만 형제들의 인권실현으로 내걸고, 한반도 전역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국민과 당원들에게 ‘진보’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그것이 ‘진짜 진보’로 가는 첫걸음이다.

박인호 기획실장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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