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봉해 전국 관객 수 1,23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인 ‘장생’과 ‘공길’은 천대받는 광대들이다. 이들은 당시 왕이던 연산군과 애첩 장녹수를 풍자하는 놀이를 선보여 유명세를 타게 된다. 광대들의 놀이판을 보며 웃음 짓던 백성들은 놀이가 끝나자 너도나도 엽전 한 푼씩 던져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없는 백성들은 권력자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때문에 농담이나 연극, 우스꽝스러운 그림 등으로 풍자해왔다. 권력자들은 이를 눈치 채더라도 눈 감아 줄 수밖에 없었고, 이런 풍자는 백성들에게 삶의 활력소였다.
군사 독재정권이 끝나고 인터넷이 대중화 된 후, 이러한 희화화는 더욱 활성화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민주화가 잘 정착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늘날의 만평, 카툰, 패러디 등을 통한 희화화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작성자의 재기발랄한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한편으로 원색적인 비난이나 인격모독을 서슴지 않는다.
|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쥐박이’, ‘쥐새끼’, ‘뇌용량 2MB’등 비난 섞인 호칭은 애교수준이고, 이명박 대통령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글이나, 이 대통령의 목을 날려버리겠다는 글 등 끔찍한 내용의 글도 버젓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우익 단체에서 대통령을 저격하는 패러디 사진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에도 패러디를 넘어선 국가원수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국가원수는 국기,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상징이기 때문에 국가의 권위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존엄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에는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톨릭에서 교황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은 교황이 가장 유능하고 가장 신앙심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교황의 권위를 보호하는 것이 교회의 권위와 교회의 가치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최근에는 한 시정 홍보지에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적힌 만평을 그린 최모(45) 씨가 고소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격모독성 자료가 모두 명예 훼손으로 처벌받기는 쉽지 않다. 비난의 대상, 즉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소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포털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욕설과 극단행위를 연상시키는 글들을 방치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상에서의 악성댓글 및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법적 처벌 강화보다는 의식 개선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유 장관은 이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후 유 장관은 고소를 취하했다. 이처럼 법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윤리문제로 돌아온다. 계속되는 누리꾼들의 윤리의식 부재는 비판이나 풍자가 아닌 인격모독성 글의 대량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풍자와 원색적인 비난은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포털 사이트의 자율규제 기능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최두진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문화사업단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개인의 인격권과 명예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며 “인격모독의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는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 단장은 “포털 사이트역시 자율심의기준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블라인드 제도(불법정보가 많은 사이트의 이용을 우선 제한하여 유해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제도), 온라인 신고제, 경고메시지 발송 등 소프트웨어적인 방법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