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북한이 어느 정도 경제 자립을 이룬 뒤 통일 문제를 생각해야 하며, 우리는 무리하게 북한이 어려울 때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통일을 바라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양쪽이 서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러시아 천연가스(PNG)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사업과 관련, 러시아가 북한의 의사를 묻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 철도가 북한을 통해 연결되면 북한에도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커서 아마 북한이 관심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철도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북한에 있는 철도를 고쳐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에서 아직 기본적인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데 대해 대한민국에 사는 같은 동포로서 안타깝다”며 “최소한 식량문제만큼은 자립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오면 경제자립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10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양 정상은 2015년부터 30년 동안 연 750만t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키로 합의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경유(700km)해 한국에 들어오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 시간을 20분이나 연장하며 북한 경유 PNG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그려진 지도와 현황판을 직접 보여주면서 “TSR-TKR을 따라 러시아 가스관을 한반도로 연결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측은 또 “이 대통령이 러시아가 북한에 설득을 해달라고 하니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이 외에도 △가스공급 양해각서(MOU) △나노기술 공동협력 양해각서 △광물자원 협력 약정 △단기복수사증 협정 △금융협력 계약 등 5개 분야, 총 26개의 협정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