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대대적인 국제지원이 담긴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일괄타결)’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유엔 총회 기간 중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일괄타결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작 이 제안을 접할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괄타결 방식은 지난 4, 5월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6자회담 불참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국인 한미중일러가 계속 협의해왔던 내용이다.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에 따른 정치·경제적 지원 내용으로 이미 밝힌 바 있는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와 내용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 단, 북한에 대한 보상 방안 뿐만 아니라 북한이 취해야 할 핵 폐기 행동도 일괄적으로 계약서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그랜드 바겐 제안은 미 클린턴 행정부 시기인 1994년 미북이 체결한 제네바 합의에서 천명한 북한 영변 핵시설 동결 조치와 그에 따른 중유 및 경수로 지원이라는 ‘빅 딜’과 형식상 차이점이 크지 않다. 내용상 동결이냐 폐기냐의 다름이다.
그동안 ‘패키지’란 용어가 ‘보상’이란 의미롤 내포하고 있고, 북한이 취해야 할 행동을 완결되게 규정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내용은 향후 5자간 협의를 통해 더욱 다듬어 질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예상되는 미북 양자대화 자리에서 제안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월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 힐러리 장관은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완료해야 미국이 관계개선과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일괄 동시 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의 입장은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완전한 핵폐기 및 비핵화를 위해 ‘전진한다면’ 우리는 북한과 모든 문제를 놓고 협력할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반응과 관련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일단 미 대통령도 아니고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면 “우선은 미북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국을 통해 이런 얘기를 듣기보다는 미국을 통해 한미간 조율된 입장을 듣고 싶어 하고,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북한에 이러한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당사국인 북한에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7월 23일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우선 내 보였다. 당시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식 논평과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칼을 품고 있는데 대화를 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북핵 협상 전략이 부분적, 단계적 조치에도 보상조치가 있었다면 ‘그랜드바겐’ 방식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현상적으로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과거 관련국으로부터 보상의 과실만 취해왔던 북한으로서는 일괄타결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1993년과 2003년에도 일괄타결을 제안한 바 있다. 2003년에 북한이 제안한 일괄타결은 핵폐기 1단계에 대한 일괄타결이었다. 즉, 핵 동결에 대한 주고 받기이다.
2005년 9·19합의에서 합의하고 2006년 10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북한은 일괄타결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협상은 어디까지나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현상만 보면 북한이 핵 폐기를 포함한 일괄타결을 선뜻 받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북한의 핵검증에 대해 남북한 동시사찰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 공세적인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또는 ‘군축협상’을 협상의제로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평화공세를 이어왔고, 최고 지도자의 입을 통해 ‘다자 및 양자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대화 판을 깨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협상안으로서는 수용하되 이를 잘게 썰어 가는 대응 전술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