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軍, 반성해야” 강도높은 질책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제기된 군의 기강과 신뢰 문제에 대해 통절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군 통수권자로서 군의 기강과 정신자세에 대해 주로 지적하면서 강도높은 질책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모두연설에서도 “강한 무기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더욱 중요하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현실보다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군 기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육.해.공군 주요 지휘관들은 이 같은 지적을 깊이 수용하고 반성하면서 이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군의 기강과 안보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통절한 자성과 각오의 얘기 잘 들었다. 그런 자성과 각오가 신속하게 현실로 이어져야 한다”며 “변화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면서 “최고 지휘관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위기를 분명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그래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정장 차림에 자주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회의를 주재했으며, 회의 역시 시종 침통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의는 국방부와 합참 주요직위자를 비롯해 육군 중장급 이상, 해군과 공군 소장급 이상 지휘관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김태영 장관의 `천안함 사태의 교훈과 대책’ 보고, 이상의 합참의장을 포함한 주요지휘관들의 토의와 이 대통령의 맺음말 순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에서는 박형준 정무, 김성환 외교안보,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이 대통령을 수행해 참석했다.


참석 장성들의 별 개수만도 207개였으며, 이들은 군기가 바짝 든 상태에서 대통령 보고와 토의를 진행했다. 분위기를 반영하듯 애초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으로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회의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군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다짐, 천안함 사태의 교훈 분석을 통해 군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는 반성과 다짐의 자리였다.


특히 이번 사태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더 강한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오늘 회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뼈아픈 자기반성 그리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며, 더 강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의를 굳게 다진 자리였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장관은 우선 “지난 3월26일은 우리 안보태세의 허점을 드러내고 소중한 전우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통렬히 반성해야 할 날로 기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직후 일사불란하지 못했던 위기관리체제에 대한 자기비판과 함께 그간 우리 군이 국지도발에 소홀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특히 남북대치 상태의 장기화에 따른 군내 `항재전장(恒在戰場.항상 전장에 있다는 것) 의식이 다소 이완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재무장’이란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김 장관이 `항재전장 의식 이완’을 언급한 것은 우리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이 대통령의 수차에 걸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참석자는 “회의장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거운 분위기였다”며 “지휘관들은 정말 깊은 반성과 함께 군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그는 “해군뿐 아니라 육군과 공군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자기작전 환경에 맞는 군사대비태세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야전 지휘관들이 구호성,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정말 진솔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 보고에서는 `북한’이라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아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데 따른 신중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군은 다만 북한이란 표현 대신 `적대세력’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 대통령 역시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도 불과 50㎞ 거리에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 “특수전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우리의 대비태세가 확고한지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는 등 북한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북한’이란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국방회관에서 한식 오찬을 했다. 장 실장은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을 믿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회의에 앞선 국민의례에서 국군통수권자로서 회의를 주재한다는 점을 고려한 듯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거수경례로 태극기에 대한 예를 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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