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종북세력’이란 단어를 직접 쓰며 북한 추종 세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KBS1 라디오와 교통방송ㆍ동영상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91차 라디오연설에서 북한이 아웅산 테러와 천안함 폭침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국민 일부가 이에 동조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2주 전 미얀마를 방문해 1983년 아웅산 국립묘지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분들이 누구 손에 목숨을 잃었는가를 생각하면 정말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메어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미얀마 정부는 물론 유엔도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공식발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면서 “2010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종북’이라는 이념적 용어까지 그대로 사용하며 작심하고 비판에 나선 것은 최근 통진당 사태로 촉발된 북한 추종 세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념적 발언은 피해왔던 이 대통령이지만 아웅산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등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조건에서 종북 주사파 배후조직 출신까지 국회 진출을 눈 앞에 두자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북세력이 국회에 입성한 다음 대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정부 요직까지 진출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통진당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대통령이 자제하고 있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며 “19대 국회에 (종북문제에 대해)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을 받는 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도 (종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미얀마가 사회주의 장기 독재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최빈국에 머물러 있었으나 지난해 민간 정부를 출범하고 국제사회에 문호를 개방했다”며 “미얀마처럼 이제 북한도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