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제안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에 美 신중 반응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 해법을 제시한 ‘그랜드 바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언 켈리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미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켈리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준수한다면 우리와 파트너들은 포괄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패키지 조치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그랜드 바겐은 대북 접근 방식의 변화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접근 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이며,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바로 그점이라는데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기존의 합의 의무사항을 준수한다면 우리는 다른 접근들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 연설에 대해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한국 지도자를 존경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을 잘 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한미 외무장관 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한미 외무회담에서는 ‘그랜드 바겐’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한미 외무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양국이 유엔 결의 1874호의 공동 이행을 계속할 것을 강하게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2005년과 2007년의 모든 합의들에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헌신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함께 (대북) 패키지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와 캠벨 차관보의 반응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은 한미가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그랜드 바겐’이 그동안 한미의 주도로 논의돼왔던 ‘포괄적 패키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내용이지만, 자칫 북한에게 핵 폐기에 대한 ‘큰 보상’이라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태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