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 “北, 영어 열풍속 교사ㆍ교재 부족 심각”

한때 사용이 금지됐던 영어가 북한에서 필수 외국어로 떠오르고 있지만 유능한 교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1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한국전쟁 직후 영어를 적의 언어로 간주하고 영어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한편 러시아어를 배우도록 했다.

세월이 흘러 요즘 북한은 영어 학습 광풍이 불고 있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 처럼 국제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영어의 중요성을 알게 됐지만 급격한 서양 문화의 유입을 우려, 효과적인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현재 북한에서 공식적으로는 모든 영어 교재나 신문, 영화, 음악은 전면 금지돼 있고 영어로 쓰인 티셔츠도 허락되지 않은채 원어민 교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어설픈 태도속에 최근 북한 당국은 일부 우수 학생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캐나다와 영국 출신 교사를 영입하는 등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때 미국이 영어 교사를 파견할 수 있는 지를 타진하기도 했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학생들도 평양 시내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과거 범죄로 여겨졌던 외국인 접촉을 시도, 영어회화를 테스트해 보지만 “Hello, how are you from to country?”, “How many old are you?” 등 엉터리 영어에 오히려 관광객들이 당혹감을 느낀다.

프린스턴 소재 교육평가원(ETS)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북한 국적자 가운데 토플(TOEFL) 등 영어 테스트에 응시한 건수는 모두 4천783건으로 6년전에 비해 거의 3배로 늘었다.

과거 평양주재 영국 대사를 지냈고 최근에도 영어 교사 보내기를 돕고 있는 제임스 호어씨는 “그들도 이제는 현대 과학 및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현재 평양에서 살고 있는 익명의 외국인 교사는 “평양외국어대 학생 가운데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러시아어를 추월했다”며 “영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우며 북한 당국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LA타임스 취재진이 길거리에서 인터뷰했을 때에도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고 싶지만 유창하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한결같이 답했고 김씨라고 소개한 취재진 가이드도 대학에서 1년간 영어를 배웠다지만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북한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호소하는 최대 문제점은 원어민 강사가 태부족이고 교재 역시 거의 없다는 것.

’타이타닉’, ’조스’ 등 할리우드 영화를 구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고 김일성 주석 어록의 영문 번역판으로 학습하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은 최근 남한에서 출판된 한영,영한 사전이 유입되고 있으나 상당수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남한의 언어가 확산될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는 점도 영어 학습을 더디게 한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북한의 영어 학습이 결코 좋은 목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캐나다 출신 제이크 불러 교사는 “영어 학습이 북한의 문호를 개방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새로운 세계로 뛰어나오길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로스앤젤레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