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제 國歌는 ‘김일성장군의 노래’”

지난달 26일 ‘은둔의 왕국’ 북한에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성공리에 끝났다. 일각에서는 ‘싱송 외교’가 시작됐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이날 뉴욕 필 공연이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국가(國歌)인 ‘애국가’를 웅장한 선율로 선보이며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북한의 국가 이름도 우리와 같은 ‘애국가’라는 것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뉴욕 필은 북한 인공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무대 양편에 나란히 게양되고 관객들이 전원 기립한 가운데 북한 국가를 마친 뒤 곧바로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을 연주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뉴욕 필이 북한 애국가를 연주할 때 단상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가 걸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달리 북한 주민들은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거나 가슴에 손을 얹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인민군 중대 정치 지도원 출신인 탈북자 이일선(가명) 씨는 “북한에선 국가를 부르지 않는다. 북한은 인민학교(초등학교) 2학년에서 ‘애국가’를 가르치지만 단순히 가르쳐줄 뿐이지 ‘애국가’에 대해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서 ‘애국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실제 탈북자들만 보아도 ‘애국가’ 가사를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애국가’가 사라진 것은 1980년 10월 ‘노동당 제 6차대회’에서 김정일을 김일성의 공식 후계자로 추대하면서 부터로 알려졌다. 김일성의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은 모든 국가적 행사들에서 ‘애국가’를 없애고 대신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김일성 사후인 1997년부터는 행사장들에서 ‘김정일 장군의 노래’도 함께 부르도록 하고 있다. 행사를 마칠 때에는 ‘당신(김정일)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애국가’ 가사를 몰라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김일성 장군의 노래’나 ‘김정일 장군의 노래’가사를 모르면 큰 문제로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조선에 있을 때인 1997년 4월, ‘김정일 장군의 노래’가 금방 나왔을 무렵 갑자기 여단에서 노래 검열을 나왔다”며 “그때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 여러 중대들이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지휘관들이 연대적 책임을 지고 강등됐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인 김영세(가명) 씨는 “실제 이번 ‘뉴욕 필’ 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주민들은 ‘애국가’가 연주되어도 국기를 향한다거나 가슴에 손을 얹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남한에 온 북한 응원단들도 북한 ‘애국가’가 울릴 때 국가나 국기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행동에 대하여 알지도 못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애국가’는 1946년 여름 월북한 시인 박세영(89.2 사망)이 가사를 쓰고 ‘김일성장군의 노래’ 작곡가인 김원균이 1947년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아울러 북한 헌법 170조에도 “국가는 애국가”라고 명시된 조항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애국가’가 불리는 경우는 라디오 방송이나 TV 방송이 시작할 때 내보내는 것이 전부다. 그 외에 ‘애국가’가 연주되는 경우는 외국의 국가수반들이나 대통령 방문 시에만 의례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최근에 국가가 연주된 것은 2000년 7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의전에 따라 러시아 국가와 함께 연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2010남아공월드컵 평양 예선 경기와 관련, 북한이 한국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탈북자 김철형(가명) 씨는 “북한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태극기와 남한 ‘애국가’는 물론 응원단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남조선(남한)이 철저한 미제의 식민지이고, 남조선 인민들은 하루빨리 미국 놈들을 쫒아내고 민족의 태양 김정일 장군님을 높이 모시고 살 그날만을 기다린다고 선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민지 남조선 사람들이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거나 애국가를 부르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을 북한 사람들이 본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남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