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추가제재·대화촉구 병행…‘투트랙’ 접근법 강화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에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기관과 개인에 대한 추가 독자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북한을 겨냥해서는 한동안 도발을 삼간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화 호응을 촉구했다.

제3국 제재를 포함한 대북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겠다는 구상과 더불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기조를 보다 더 또렷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투트랙(Two-track)’ 접근법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美, 北핵개발 도운 제3국 기업·개인 제재 주력…‘세컨더리 보이콧’ 불사 의지

미 재무부 외국자산통제국(OFAC)은 22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 나미비아의 기관 10곳, 중국, 러시아, 북한의 개인 6명에 대한 추가 독자제재안을 발표했다.

재무부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독자 제재에 나선 건 지난 6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며,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이로써 올해 미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오른 대상은 기관 23곳과 개인 22명이 됐다.

올해 이뤄진 처음 두 차례의 독자제재가 북한의 기업과 개인에 초점을 뒀던 데 반해, 세 번째 독자제재부터는 북한을 돕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 주목했다. 북한 핵개발에 관여하는 제3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날 이뤄진 독자제재는 중국의 밍정국제무역과 단둥리치어스무역, 단둥지청금속, 진호우국제지주, 단둥티안푸무역, 러시아의 게페스트-M LLC, 싱가포르의 트랜슬랜틱 파트너스와 벨머 매니지먼트, 나미비아의 만수대해외프로젝트건축기술서비스, 칭다오건설 등이 포함됐다.

이중 만수대해외프로젝트건축기술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현지 기업으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북한이 운영하는 업체라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개인으로는 북한인 김동철과 러시아인 루벤 키라코스얀, 이레나 후이슈, 미하일 피스클린, 안드레이 세르빈, 중국인 치유펑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재무부는 이들 기관과 개인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관련자 지원 ▲북한과의 석탄·석유 거래 ▲북한 인력 수출 용인 ▲제재 대상 북한 기업의 미국·세계 금융 시스템 접근 지원 등의 혐의 가운데 각각 최소 하나 이상에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주로 북한의 군수품 교역 업체인 금산무역과 단군무역 등을 돕거나, 북한의 석탄 수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독자제재 발표와 함께 성명을 내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향상을 지원하는 이들을 겨냥하고, 그들을 미국 금융체계에서 고립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라면서 “대북제재에 저항하고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미 법무부도 이날 워싱턴DC 검찰을 통해 싱가포르의 벨머 매니지먼트와 트랜슬랜틱 파트너스, 중국의 단둥청타이무역 등 3곳의 기업을 상대로 1100만 달러를 몰수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들 기관이 북한 금융기관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 기업을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이번 몰수 요구액이 미국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추진해온 몰수 소송 중 가장 큰 규모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날 소송이 걸린 기업 중 단둥청타이무역은 단둥지청금속의 다른 명칭이며,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이날 발표된 재무부 제재 명단에도 올랐다.

틸러슨 “北 추가 도발 자제 모습에 만족…대화 재개 신호이길”

제3국 제재를 통해 대북 경제 압박 고삐를 한층 당기는 동시에,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한동안 도발 제재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새 전략발표와 관련한 후속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이 과거와는 달리 어느 정도 수준의 자제를 분명히 보여준 데 대해 만족한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안을 채택한 이래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도발 행위들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이를 주목하고 인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이것이 우리가 고대해왔던 신호, 즉 북한이 긴장 수위와 도발 행동을 억제할 준비가 돼 있는지와 가까운 장래 언젠가 대화로의 길을 우리가 볼 수 있는지 등의 시작이기를 바란다”면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그들(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조처는 인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 외교수장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 이후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도발에 나서지 않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로 풀이된다.

또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미국 정부의 기조의 연장선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UFG 연습 참관차 방한한 미군 핵심 수뇌부도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외교력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반도에서 북한 김정은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외교적 해결 방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강력한 외교 수단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군사력으로 외교력을 지원한다”고 피력했다.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도 “북한의 위협은 실질적으로 치명적이며 우리가 대응할 때 북한도 큰 손해를 볼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상황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