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김정남 VX 피살, 국제사회가 크게 규탄할 사안”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6일 제네바로 출국 전 인천공항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 평화와 관련된 규범과 국제 인권 규범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라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여론을 규합하고 공조를 취하고자 회의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특히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행위로 국제사회가 크게 규탄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점을 인권이사회와 군축회의에서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25일(현지시간) 김정남 사망 원인이 신경 작용제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확인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 보건장관은 이날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신경 작용제가 매우 심각한 마비를 일으켜 피해자를 아주 짧은 시간 내 사망케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확인됐다”면서 “신경 작용제 VX에 고용량으로 노출될 경우 피해자가 매우 빨리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지난 24일 말레이 화학국이 김정남 시신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VX로 불리는 ‘에틸 S-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가 사망자의 눈 점막과 얼굴에서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보고서에 담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당일 “화학무기가 인명살상에 사용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어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화학무기의 사용은 금지된다는 UN 등 국제사회의 입장을 상기한다”면서 “금번 행위가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및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강력히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장관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기에선 김정남 피살 사건 외에도 북한인권 상황과 북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작년 북한이 2회 핵실험과 24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금년 초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 인해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이번 유엔 군축회의에서 이러한 북한의 평화 파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탄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그는 또 “북한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작년에 어느 때보다 유엔 차원에서의 합의가 있었다”면서 “이러한 합의에 기반해 이번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