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비명횡사’ 김정남 피살에 北고위급 망명 신청 폭등?

‘비운의 황태자’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은 김정은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른바 ‘백두혈통’의 적장자인 김정남의 해외에서의 비명횡사 사건은 간부들은 물론이고 주민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단 간부들은 형제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김정은식(式) 공포정치에 겉으로는 충성을 보이다가도 속으로는 불만을 품을 것으로 보인다. 고모부 장성택에 이어 이복형 김정남까지 처형하는 김정은을 신봉하는 ‘충성분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체제 걸림돌을 무지막지하게 제거하는 모습에서 ‘위험인물’로 낙인 받지 않으려는 일종의 ‘거짓 충성’이 난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지상정과 정반대의 행보에 체제의 잔혹함을 재차 드러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간부와 주민들에게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준다면 불안감이 고조될 것이고, 이는 김정은 체제 공고화보다는 오히려 균열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통치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왜 죽였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은 주민들이 결국에는 김정은의 신분과 출신 문제에 대한 취약성을 깨닫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테러 국가 지정 등으로 고립이 심화된다면 ‘수령님(김일성) 장손 살해’에 대한 반감뿐만 아니라 인민생활을 외면하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이번 사태는 김정은 체제 공고화보다는 균열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살해에 대해 발뺌하겠지만 주민들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질 수 있고, 공포감도 확산될 것이다. ‘형도 죽이는데 우리도 잘못하면 언제든지 쉽게 죽이지 않겠냐’는 불안감도 고조될 것이다. 또한 통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제가 없는데 왜 죽였냐’ ‘김정남이 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니 죽인 게 아니냐’는 김정은에게는 다소 좋지 않은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모습을 보면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지기 보다는 즉흥적 성격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많은 것 같다. 우리로서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이 인권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수 있지만 공포정치가 큰 틀에서는 인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무모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촉구하는 전략을 구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정은은 김정남을 정권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인물로 본 것 같다. 본인을 대체할 사람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한국 및 서방 세계로 망명하면 체제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더욱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에 좋지 않은 영향만 줄 것이다. 백두혈통도 살해당하는 걸 보면서 누가 안심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간부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가속화될 것이고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제 불안감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에게 이번 사건이 확산되면 ‘수령님 장손을 죽였다’는 이유로 반감을 느낄 것이고 체제에 대해서도 외면하게 될 것이다.

◆해외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고위 탈북민

장성택 처형 이후 간부들은 ‘고모부도 죽이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너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냐’며 김정은에게 등을 돌렸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공포정치로 위상을 올리려고 하면 할 수록 반감을 품는 간부들은 많아질 것이다.

탈북을 감행하기 전에 많은 간부들에게서 ‘기회가 닿으면 어디로든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예외 없는 숙청 바람이 나에게 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간부들이 은밀하게 반기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