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핵질주 맞설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배치 검토

한국과 미국이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미국의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permanent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n rotational basis)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 좀처럼 ‘핵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김정은에게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민국 국방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종료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해 앞으로 (추가조치가) 검토될 것”이라면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와 관련해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양국이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의 전략무기를 상시 순환 배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도 고려할 것임을 확고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도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은 변함이 없고 모든 한반도 위협에 미군 모든 전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카터 장관은 “미국의 강력한 대한(對韓) 방어공약을 우리의 확장억제로 보장할 것”이라면서 “분명히 말하는 것은 미국이 됐든 동맹이든 모든 공격을 격퇴할 것이고 모든 핵무기에 압도적, 효과적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한미)는 어떠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아주 많은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한반도를 보호하고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그것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될 시, 장거리 전략폭격기부터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등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가 최소 1대 혹은 1척 이상 대한민국 지상과 한반도 인근 해역 및 상공에서 활동하게 된다. 특히 미 전략무기 배치는 유사시 자위적 대북 선제타격까지 고려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것으로도 알려진다.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한미동맹의 현안을 논의하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아래 위기관리특별협의체(KCM)도 신설된다. KCM에는 한국 국방정책실장과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핵·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가 참석하게 되며, SCM과 한미 군사위원회(MCM)의 의사결정 기능을 보좌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포함한 확장억제 제공과 관련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번 SCM 회의에서 한미 해군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한 장관은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 해군 협력이 더 강화될 필요성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여러 가지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관련 정보공유 등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북한 신형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악화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카터 장관도 “현재 해상협력에 있어서 한미동맹은 전반적으로 여러 방법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드와 미사일방어체계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하려는 것이고, 동맹으로서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한 발 앞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양국 해군은 잠수함과 해상작전헬기, 해상초계기 등으로 북한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쏜 SLBM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능력도 배양해 북한의 핵 도발 억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 대표들은 미측 대표들과 ‘워킹그룹’을 구성해 대잠수함 작전부터 해상 탄도탄 요격연습, 해상훈련 횟수 증가 등 해군 협력과제를 도출하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3국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고, 한미 연합사이버작전체계 발전을 위한 연합연구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SCM으로 결정된 사안들은 한미가 북한의 도발에 즉응(卽應)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보다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위적 대북 선제타격 등 실제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가 한반도 부근에 이동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거란 관측이다.

하지만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번 SCM에서 한미가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를 ‘합의’로 이끌진 못하고 향후 ‘검토’하기로 한 수준에서 그친 데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양국이 발표한 SCM 공동성명에는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SCM 공동성명 4항은 “양 장관은 2+2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의 틀 속에서, 북한이 동맹의 결의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못하도록 확장억제 능력을 더욱 더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 방안들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는 이 조항의 ‘추가적인 조치 방안’이 곧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한 여러 조치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도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조항을 공동성명에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재는)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가 어떤 특정 옵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표명(명기)하는 것이 억제라든지 전략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지 (살피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CM 직후 기자회견에서 카터 장관은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 북한에 불안정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 도발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상관없이 우려한다”면서 “김정은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고 도발을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도 “북한은 불안정한 국가이고 리더십이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 위해 셈법을 바꾸기 위한 제재와 압박이 중요하다”면서 “그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통해 세계의 상황과 대한민국 실상, 북한 실상을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