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북한 주민 위한 자유민주주의 ‘전도사’ 될 것”

 “탈북민의 존재와 경험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탈북민은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이자, 통일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할 전도사이기도 하죠. 통일 준비 과정서 탈북민의 의견과 경험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소통을 더욱 강화해가려 합니다.”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탈북민 3만 시대’를 앞두고 최근 데일리NK와 만난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탈북민은 너무도 소중한 자산”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임기 중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이 3만 명에 달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하자, 손 이사장은 “3만 탈북민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건 재단의 목표이자 개인적인 꿈이기도 하다”며 활짝 웃었다.


손 이사장은 “탈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중반이니, 탈북민 3만 시대가 오기까지 길게는 20년이 걸렸다”면서 “탈북민의 정착 모습을 보며 향후 북한 주민들을 수령독재 체제에서 자유민주시장경제 체제로 원만히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1년 3개월째 이사장직을 수행 중인 그는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재단과 탈북민 간의 신뢰를 회복한 것”을 꼽았다. 그는 “부임 전만 해도 재단과 탈북 단체장 사이에서 갈등은 물론 소송도 여러 건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라면서 “요즘은 탈북민 행사에 가면 탈북민들이 먼저 본인에게 팔짱을 끼며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재단 이사장을 어려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손 이사장은 이어 “탈북민 3만 시대를 맞이하는 만큼,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용성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수령독재체제에서 살던 탈북민이 자유민주시장경제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이 불안해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과 배려를 갖고 포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손 이사장은 요즘 ‘탈북민 정착 지원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탈북민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그들의 자립 역량, 사회 통합 정도를 과학화된 지표 지수로 정리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탈북민이 5만, 10만에 달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재단이 탈북민 정착지원 시스템의 허브로서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탈북민의 사회 통합을 이끌고 통일을 준비해갈 리더십이 탈북민 사회에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탈북민 정착 이슈는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 아래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더해져 대한민국 체제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면서 “이런 방향으로 탈북 사회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탈북민 3만 시대를 지나 5만, 10만, 나아가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탈북 사회 내 리더십이 바로 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각계에서 등장하는 이른바 ‘탈북 단체’와 관련해선 “탈북 단체의 증가는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의 의견 표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손 이사장은 평가했다.


다만 그는 “탈북 단체의 구성이나 활동, 표출하고자 하는 의견이 법과 원칙, 민주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탈북민의 정착과 통합 욕구에 부합하지 않고, 탈북 단체의 이름으로 정치적인 요구나 무조건적인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만 탈북 사회에서부터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돼야 7500만 한반도 통일시대에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손 이사장은 최근 일부 탈북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미국 내 망명 정부 수립 계획과 관련해 “대한민국 헌법과 여러 제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면서 “이제는 망명 정부 수립에 관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한국에서 북한 정보자유화와 민주화를 이끌 전략을 찾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오랫동안 북한 체제 및 이념 문제를 연구해온 손 이사장은 최근 두드러지는 북한 엘리트들의 연쇄 탈북과 관련, “매우 유의미한 현상이나 이를 북한 정권의 ‘붕괴’ 전조로 생각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붕괴 조짐은 몇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예상할 수 있다. 북한 군(軍) 장교들과 군수공업분야 고급 기술자들, 그리고 노동당 당원 중 지식인들이 연쇄적으로 탈북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와 군을 보위하고 있는 핵심 권력층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고 쉽게 탈북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이들마저 균질하게 탈북한다면 이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내다볼 수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해 정부가 ‘10만 탈북촌’ 건설 구상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은 항상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만큼,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갑작스런 대량 탈북사태를 대비한 완충장치를 마련해준다면, 재단은 탈북민을 단계적으로 한국 체제에 안정적으로 적응시키는 일을 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다음은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으로 역임하는 중에 탈북민 3만 시대가 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탈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중반이니, 탈북민 3만 시대가 오기까지 길게는 20년이 걸렸다. 다만 탈북민이 3만 명이나 된다고 하더라도, 5100만 국민 중에서 따지면 0.06% 밖에 안 된다. 조선족이 85만 명쯤 된다는데, 그에 비하면 3만 명은 매우 적은 숫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3만 시대라는 건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다. 이들이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숫자가 ‘3’ 아닌가(웃음). 탈북민 3만 시대를 기점으로, 국민이 탈북민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갈 것이다. 3만 탈북민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건 본인의 개인적인 꿈과 목표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 재단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사회조사’에 따르면, 탈북민들의 남한 생활 만족도는 64.8%를 기록했고 자식세대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61.1%로 집계됐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지만, 탈북민들의 정착 모습을 보며 향후 북한 주민들을 수령독재 체제에서 자유민주시장경제 체제로 원만히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란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다.


–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도 1년 2개월이 지나고 있다. 취임 당시 구상했던 탈북민 지원 방안 및 방향은 무엇이었으며, 1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나?


취임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우리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증대시키는 것, 둘째는 모든 것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3만 탈북민들의 건강과 취업, 교육, 사회 융합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재단과 탈북민 간의 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했는데, 취임 후 1년이 지난 지금 목표한 바에 있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일단 본인이 부임하기 전에는 재단과 탈북 단체장 사이에서 갈등은 물론 소송도 여러 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다. 요즘은 탈북민 행사에 가면 탈북민들이 먼저 본인에게 팔짱을 끼며 먼저 사진 찍자고 한다. 재단 이사장을 어려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줘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정착하고자 노력하는 탈북민에게 재단이 적극적으로 다가간 덕분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극소수 탈북민이 여전히 전체 탈북민 커뮤니티에 해를 끼치고 있다. 탈북민 3만 명 중 2, 3명에 불과한 숫자지만, 이들이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재단을 비난하고 다니고 있어 재단이 마치 나쁜 기관인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3만 탈북 사회에서부터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돼야 7500만 한반도 통일시대에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착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 중에는 재단을 넘어 한국 사회에까지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다. 때론 이게 사회 이탈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우선 탈북민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도 탈북민을 위한 정착지원제도나 사회적 안전망은 잘 갖춰져 있고 계속 개선 중이지만, 국민이 탈북민을 포용하겠다는 인식을 더욱 제고해야 한다고 본다. 수령독재체제에서 살던 탈북민이 자유민주시장경제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이 불안해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과 배려를 갖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재단이 몇몇 일간지와 공동기획으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탈북민들이 남한 출신 주민에게 보이는 관심에 비해 남한 출신 주민들이 탈북민에게 갖는 관심은 다소 낮은 편이다. 남한 주민에게 호감이 있다고 답한 탈북민은 81.5%에 달하는 반면, 탈북민에게 호감이 있다고 답한 남한 주민은 66.8% 정도다. 또 자녀가 남한 주민과 결혼하는 데 찬성하는 탈북민은 90.2%지만, 자녀가 탈북민과 결혼하는 데 찬성한다는 남한 주민은 44%에 그친다. 이는 결국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통합 정도에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생계형 탈북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엔 정치·사회적 권리를 찾아 탈북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탈북민 정착 지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재단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탈북민 정착 지원제도를 ‘맞춤형’으로 개선해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 의대 출신 탈북민이 의사 고시를 볼 수 있게 지원한다거나, 탈북 여성들에게 적합한 취업처를 발굴해 연계해주고 있다. 또 재북(在北) 농사 경험을 살린 영농정착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 추진 중이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탈북민에게 더 나은 정착 환경을 제공하려면 비단 제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남한 출신 주민들을 겨냥한 인식 개선 활동도 필요하다. 그래서 2015년부터는 국민인식개선의 컨셉을 ‘주민통합’으로 잡고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탈북민 정착사례를 콘텐츠로 제작해 언론 및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탈북민에 대한 이해 제고 사업도 펼치고 있고, ‘우리 이웃’이라는 컨셉으로 탈북민 인식 제고를 위한 공익광고도 제작한다. 청년들도 참여할 수 있는 남북하나서포터즈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주민 통합에 필요한 홍보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최근 자유를 찾아 탈북한 경우를 ‘이민형’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던데, 재단은 이를 ‘이주형’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도 우리 영토다. 애초 우리 국민이었던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내려오는 건 ‘이민’이 아니라 ‘이주’지 않나. 통일 후에는 ‘이사형’으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함경도에서 경상도로 이사를 가는 일이 보편적으로 생길 테니까.


–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에게 “언제든 자유의 터전으로 오라”고 언급한 것도 화제가 됐다. 사실상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이라고 풀이되는데,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의 탈북민 수용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탈북민에게 제공되는 한국의 정착지원제도와 사회보장제도는 비교적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본다. 또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보완되고 있다. 탈북민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이들을 과연 잘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는 건 알지만, 기존의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을 수행하며 통일부와 재단이 쌓아온 노하우도 상당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무엇보다 탈북민 수가 3만이 됐고,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건 그만큼 먼저 와 있는 탈북민들이 잘 정착하고 있다는 증거다. 선배 탈북민의 정착 사례를 모델로 삼을 수도 있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먼저 경험할 수도 있다. 3만 명의 탈북민 중 분명 힘겹게 살아가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이들만 집중조명 돼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삶이 가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단도 탈북민들이 이곳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 통합에 매진할 생각이다.


– 정부는 대규모 탈북을 대비한 ‘탈북촌’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던데.


10만 탈북촌 건설 시나리오는 옛날부터 나온 이야기다. 서울뿐만 아니라 러시아나 몽골과 같은 곳에도 건설하자는 얘기였는데, 내 기억으로 1990년대 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망명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항상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만큼,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Contingency) 플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갑작스런 대량 탈북사태를 대비한 완충장치는 꼭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통일부와 재단은 이들을 단계적으로 한국체제에 안정적으로 적응시키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 얼마 전엔 탈북 단체장들이 미국에 망명 정부를 세울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탈북민 3만 시대라는 이 시점에 탈북민들이 미국까지 가서 망명 정부를 세우겠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망명 정부 수립은 과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한국에 오셨을 때 잠시 제기됐던 주장이기도 하나, 대한민국 헌법과 여러 제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 때문에 이제는 망명 정부 수립에 관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한국에서 북한 정보자유화와 민주화를 이끌 전략을 찾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그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인권운동을 전개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이젠 북한에 비핵·개방 정권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본격적인 남북교류협력도 가능해지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북한 고위급 인사들 및 해외 노동자들의 연쇄 탈북을 두고 북한의 체제 균열을 점치는 목소리도 많다. 현재 북한 체제 안정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인가.


일단 북한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계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 계층은 최대로 잡아도 27%, 기본(동요) 계층은 45%, 적대 계층은 28% 정도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탈북하기 시작한 이들은 거의 적대 계층과 기본 계층이다. 이들은 북한 내부에서도 많이 균열된 상태다. 눈여겨볼 건 최근 핵심 계층의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낳은 결과이기도 한데, 선대(先代)와는 다른 양상이며 꽤 유의미한 현상이다.


다만 중요한 건 북한이 진짜 붕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북한의 붕괴 조짐은 몇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북한 군 장교들의 탈북이 일정 기간 동안 균질하게 일어나야 한다. 둘째, 북한 군수공업분야의 고급 기술자들이 탈북해야 한다. 셋째, 노동당 당원 중에서도 지식인들이 탈북해야 한다. 특히 지식인들은 좌고우면하고 엉덩이가 무거운 집단이라 쉽게 탈북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이들마저도 일정 기간 균질하게 탈북한다면 북한 체제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가 된다. 즉 앞서 말한 세 부류가 지속적으로 탈북한다면 말 그대로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사이렌을 울릴 일이다.


– 북한의 변화, 나아가 통일을 대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자발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는 탈북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탈북민들의 경험과 의지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대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탈북민 정착 이슈는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 아래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더해져 대한민국 체제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탈북 사회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탈북민 3만 시대를 지나 5만, 10만, 나아가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탈북 사회의 리더십이 바로 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 탈북민 수가 늘어날수록 남북 주민 간의 접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그만큼 탈북민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감성적에서 합리적으로, 또 이성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분명한 건 탈북민들의 존재와 경험은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이자, 통일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할 전도사이기도 하다. 다행히 이미 많은 분야에서 능력 있는 탈북민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우수한 인재들도 많이 양성되고 있다. 통일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이 같은 탈북민들의 의견과 경험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재단 역시 탈북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갈 것이다.


– 최근 많은 탈북 단체들이 탈북민 사회의 통합을 이끌어가고자 하고 있지만, 때론 우후죽순 생긴 단체들이 오히려 탈북민 사회의 알력 다툼이나 균열을 가져오기도 한다.


일단 탈북 단체의 증가는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의 의견 표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탈북 단체의 구성이나 활동, 표출하는 의견도 법과 원칙, 민주적 절차를 준수한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그것이 곧 탈북민들의 정착과 통합 욕구에 부합돼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탈북 단체의 이름으로 정치적인 요구나 무조건적인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탈북단체들이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주민 통합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 탈북민 3만 시대가 오면서 남북하나재단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더 많아질 것 같다. 앞으로 재단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나.


요즘엔 탈북민 정착 지원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정착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됐는지 정착 지표 지수를 과학화해 개발하는 일이다. 정착 지표 지수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기회’다. 탈북민들이 학교나 보험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에 얼마나 잘 접근할 수 있는지 데이터화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립 역량’ 정도다. 탈북민이 스스로 공부와 취업에 있어 얼마나 잘 대비할 수 있는지 역량을 체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사회 통합’이 있다. 탈북민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얼마나 잘 갖고 사회에 통합돼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내년쯤 완료될 것으로 본다. 이 매뉴얼은 향후 탈북민이 5만, 10만에 달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더 크게 보자면, 이런 작업들은 향후 재단이 탈북민 정착지원 시스템의 허브로서 확실히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토대를 다지는 과정이다. 재단은 통일 한국을 위해 이 과정을 묵묵히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