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南탈북가족 도움받는 ‘한라산 줄기’ 뜬다는데…

탈북민들에 대한 북한 주민들 인식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민족반역자’ ‘배신자’로 치부됐었지만 최근엔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한 주민은 최근 필자와의 통화에서 “여기(북한) 남쪽 지방에서도 탈북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탈북자에 대해 지금은 ‘남보다 먼저 깬 사람’ ‘날쌘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량 아사시기 때는 배고픔에 중국으로 건너간 주민들이 한국행을 택한 것을 비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중국 공안(公安)과 국가안전보위부(성) 요원들의 끈질긴 추적을 따돌리고 북송 위기에서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적대세력’이라 선전하며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남조선(한국)으로 간다는 것은 당시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상상도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라디오, USB를 통한 외부정보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북한주민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때문에 요즘 북한 부모들은 자녀들만이라도 좋은 세상에 가기(한국행)를 바라고 있다. 탈북 원인이 생계형이 아닌 ‘진정한 삶’과 ‘자유’를 갈망하는 이민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이 보내는 송금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1960년대 시작으로 북한에서는 일본 친척에 방조받는 재일동포를 두고 ‘부사산(후지산)줄기’라 불렀고, 이후 1990년대 말부터 중국에 친척을 둔 가정을 놓고 ‘장백산(백두산)줄기’라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탈북민 가족이 보내는 송금이 우위를 차지하자 ‘한라산 줄기’란 은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강원도의 한 주민은 얼마 전 통화에서 “탈북에 무관심한 딸에게 ‘누구는 한국 가서 도움 준다는데…’라며 책망하기도 했다. 탈북할 때 안전만 담보되면 언제든 한국에 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한국 정착 탈북민만 하더라도 거의 3만 명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연좌제’ 처벌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 탈북 가족과 친척들을 모두 처벌한다면 수십 만 명이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시범껨(본보기) 차원에서 처벌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주민들이 ‘이렇게 된 바에는 나도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즘 북한 당국은 탈북 가족에 대해서는 조사나 감시를 강화할 뿐 함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탈북 가족에 대한 정책과 태도만 보면 김정은 체제를 떠받드는 ‘충신’은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장기업소 및 당(黨) 행정 간부들도 ‘튀어도 조용히 살면 돼’라고 말하면서 탈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하면 오히려 ‘뭘 좀 부탁하자’라며 오히려 친분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이처럼 탈북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점점 좋아지면서 덩달아 ‘남조선 사회’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실현에서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탈북민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