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강제실종 희생자날 울려퍼진 ‘납북자 송환’ 목소리



▲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와 탈북자 지원단체 TNKR(Teach for North Korean Refugees) 회원들이 지난 30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앞에서 북한당국에 의해 납북된 황 대표의 아버지 황원씨를 포함한 11명의 송환을 호소했다./사진=데일리nk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286호 결의안에 따라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11명의 승객들은 즉각 송환돼야 합니다.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 납치된 이 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황인철(49)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유엔이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인 지난 30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앞에서 북한당국에 의해 납북된 아버지 황원(당시 32세, MBC PD로 재직) 씨의 송환을 호소했다.
이날 유엔인권사무소 앞에는 황 대표와 탈북자 지원단체 TNKR(Teach for North Korean Refugees) 회원 등 10여 명이 납북자 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모였다.
황 대표는 이날 “민간항공기 불법 납치행위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기소와 인도를 이행해야한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및 모든 유관당국자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286호 결의안에 따라 아버지를 비롯한 10명의 승객들이 즉각 송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286호 결의안은 항공기 납치를 포함한 기타 국제항로 방해 행위로 인한 민간인의 생명 위협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동(同) 행위로 인해 억류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예외 없이 즉각 해방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아버지가 탄 비행기는 북한 고정간첩에 의해 납치된 것이 분명함에도 북한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남한으로 돌아가지 않은 자들은 자의에 의해 북한에 머무는 것이며, 이들의 생사확인은 불가능하다’, ‘강제실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적대세력에 의한 정치적 음모’ 등 거짓 답변만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의 절절한 호소에 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신지연(36) 씨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이렇게 안타까운 사건을 나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배정갑(43) 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보고 싶을 때가 많다. 40년도 넘게 아버지를 보지 못한 저(황 대표)분의 심정은 어떻겠냐”면서 “이런 일을 어떤 부서가 전담해서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와 함께 이날 행사를 준비한 TNKR 관계자는 “황 대표의 아버지를 포함한 납북된 승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면서도 “더욱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내·국제적으로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1969년 12월 11일, 50명을 태우고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는 대한항공 YS-11기를 고정간첩(조창희, 당시 42세)을 통해 납치했다. 당시 39명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서울 MBC에서 열린 편성계획회의 참석 차 비행기에 탑승했던 황 대표의 아버지 황원 씨를 포함한 11명은 북한에 강제 억류됐다.
황 대표는 ‘2001년 3차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아버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딸을 갓 낳았던 내가, 그맘 때의 어린 나를 두고 북한으로 납치된 아버지의 심정을 상상하니 그런 고통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았다”며 납치자 송환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돌아온 39명의 증언에 의하면 아버지가 공산주의 사상 교육 시간에 반박을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북한당국에 강력히 요구를 했고, (이 결과로) 2주 동안 어딘가로 끌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원 씨는 이후 1970년 1월 1일, ‘가고파’ 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북한 당국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또 다시 끌려갔다. 돌아온 승객들(39명, 1970년 2월 14일 송환)은 이후, 이들이 판문점을 통해서 송환될 때까지 황 대표의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황 대표는 지난 16년간 아버지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관련 활동을 열정적으로 해왔다. 2010년 5월 에는 유엔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에 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WGEID’는 북한에 사건조사와 답변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황 대표는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2월 11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납북자 송환에 대한 시위를 통해 우리 정부의 노력을 촉구해 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호소문 발표 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관계자로부터 호소문과 관련 자료 등을 유엔 본부에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유엔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