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안 멈추면 체제 이탈 가속화”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첫날인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회의를 잇달아 열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선 대비 태세를 점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최근 북한 주요 인사들의 탈북과 망명으로 북한에서 심각한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실전 같은 훈련을 강조했는데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엘리트 층 조차 무너지고, 북한 체제가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26일 이 시간에는 북한 엘리트층의 동요 가능성과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북한 관련 발언 의미를 집중 분석하겠습니다. 자리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나오셨습니다.
 
-현재 한국과 북한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사회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전해주시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16년 ‘을지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주요 인사들의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 행렬이 이어지는 등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는 심각한 균열조짐이 보인다면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태영호 주영 부대사 등 토대가 좋은 엘리트층조차 망명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에게 정신을 차리고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포정치를 통해서 주민들을 억압하는 건 정상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붕괴를 촉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사전에 예고하는 발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북한 내부 사회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인데요. 박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김정은 정권과 간부, 주민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의미를 두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는데요. 이 발언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전략은 사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등장한 것입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정권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상황을 보면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하는 정책보다는 주민을 상대하는 정책을 펴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대북전략을 편 바 있습니다.

그 내용으로는 민생우선전략과 북한인권개선, 북한 주민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이를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 받아 김정은 정권과 엘리트 그리고 주민들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역통일전선전술’이라고도 합니다. 북한 엘리트들은 더 이상 우리의 적이 아니고 오직 김정은만이 우리의 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엘리트들이 김정은으로부터 떠나게끔 하는 대북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죠. 즉 엘리트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든든히 뒤에 있으니 용기를 갖고 저항하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통일 후에 북한 고위층이나 간부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의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발언이 북한 엘리트층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엘리트층에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불만을 행동으로 잇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건 동조자도 없고, 또 자신이 위협을 무릅쓰고 저항을 했을 때 그 누구도 이를 알아주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엘리트들이) 김정은 정권에 저항하는 일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용기를 가져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은 한국에 의해 흡수통일이 되면 모두 죽거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사상교육을 통해 선전하고 있습니다.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독 주민들 특히 동독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숙청을 당하고 쫓겨났는지를 북한 엘리트들에게 교육시키는 방식이죠. 따라서 북한 엘리트들 중 이 같은 선전을 믿게 되면 통일 이후 자신들의 처지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그런 걱정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네, 특히 이번에 있었던 태영호 공사의 한국 귀순으로 북한이 어느 때 보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요?

네, 태영호 공사를 비롯해 해외에 있는 엘리트 외교관들, 또 외화벌이 상사 직원들이 이탈하고 탈북, 한국행을 택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워낙 정보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북한 내에서는 이 같은 이탈 움직임이 일반화된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 봅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이를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별 것 아니다, 끄떡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내부적으로 선전하면 북한 주민들도 다 알게 되고, 그러면 북한 내부 분위기가 흔들리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서는 ‘아무 일도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또 외부적으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포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북한 내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미국과 남한과의 관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죠.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과 망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그 횟수가 더 많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북한의 엘리트층이 이탈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에도 러시아에서 고위 외교관 두 사람이 탈출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있는 북한 외교관이나 외화벌이 상사직원들의 탈출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김정일 시대에는 토대가 좋은 상층 엘리트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묵인해주거나 가벼운 책벌 정도만 하고 끝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로는 토대가 아무리 좋아도 잘못을 저질렀거나 밉보이게 되면 처형당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예가 장성택 숙청이죠. 북한에서 장성택 만큼이나 토대가 좋은 사람이 없을 텐데, 이런 사람까지도 숙청하는 상황이기에 여타 엘리트들은 자신이 조금의 잘못만 저질러도 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을 겁니다.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함에 따라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다 보니, 외국에서의 외교 활동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는 곧 김정은과 당이 지시한 것을 잘 이행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 책벌을 면치 못하게 되겠죠. 따라서 임기를 끝내고 소환되면 어떤 형태로든 책벌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클 겁니다. 즉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계속되는 한 엘리트층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 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던 엘리트층의 경우, 외국에 나가 자신들이 배우고 알아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매우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이런 좋은 세상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봤자 책벌 말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탈북까지 감행하게 되는 것이죠. 

-한편 이런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시작됐는데요. 이 훈련에 대해서 소개해주시죠.

을지훈련은 1968년은 1.1사태(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이후 7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을지’라는 명칭은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대첩을 통해서 몰살시킨 고구려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그 전에 1954년부터 유엔군 사령부의 주관으로 행해진 포커스렌즈 훈련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 포커스렌즈 훈련과 을지훈련이 합쳐져서 1976년부터는 ‘을지포커스렌즈연습’으로 통합됐고, 2008년부터는 ‘을지프리엄가디언’이라는 명칭으로 훈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에 우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미 연합군이 잘 협조해서 우발상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전수행에 필요한 협조관계나 절차, 계획, 시스템 등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 형태로 점검하게 되죠.

특히 이번 훈련은 ‘신작전계획501호’를 시험하는 훈련이 되겠습니다. 이 훈련은 유사시에 북한 최고 수뇌부 및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선제공격 훈련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변 국가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일단 중국이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나 공산당의 공식 입장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으로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을지훈련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고 이미 불안한 한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체제가 다소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이 훈련이 갖는 효과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훈련의 효과나 의의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을 일으킬 경우 혹은 어떠한 이유로 북한이 붕괴되거나 대량난민사태가 발생할 경우 등 모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는 훈련이죠.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이양되는 2020년 이후 한미 연합전력을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번 훈련의 효과라 한다면 우리 군의 방위능력을 향상시키고, 한미연합전력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북한의 대남무력도발을 억제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북한을 자극하는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굉장히 심한 말로 우리를 비난할 수 있겠죠. 또 만약 한국에서 어떠한 행동을 취한다면 북한에서 선제적으로 초토화시키겠다고 반발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북한이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강력한 거부 표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강력하게 보복 하겠다고 계속 얘기해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통해서 불만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대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잠수함에서 약 80도 각도로 세워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은 약 500km 정도 비행을 하고 일본 방공 수호지역에 떨어졌죠. 따라서 정상 각도일 경우 1000km 이상 날아가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고, 연료를 충분히 보충한다면 2500km 정도 날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수중으로부터 밖으로 사출하는 시험, 엔진 점호, 자세 조정, 1단과 2단 분리, 대기권 재진입 등에 있어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북한이 이를 성공시키는 데 약 4년에서 5년 정도 걸릴 것이란 예측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의 성공으로 적잖이 놀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보유는 기존의 북한 미사일들과 견주어 볼 때 어떤 의미를 갖나요?

대부분의 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이를 사드나 PAC-3 등으로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바다에서 쏘기 때문에 동서남해에서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입니다. 이 때 사드는 앞쪽으로 날아오는 미사일만 방어하도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 뒤와 옆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하기가 상당히 어렵죠. 때문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사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많고, 북한도 이러한 점을 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유독 핵 미사일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김정은 정권은 사실 여러 가지로 취약한 상태입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리죠. 때문에 통치 정당성에 있어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이를 커버하기 위해 스스로를 군사적인 영장이자 안보를 강화할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에 대한 공포심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국을 얼마든지 방어해낼 수 있다는 모습을 선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그리고 이에 대한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앞으로 북한 사회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여러 가지 전망을 해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공포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즉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공포적인 리더들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지 않습니까. 이와 함께 김정은의 통제 역량이나 통제 능력에 무조건 충성하는 엘리트들이 북한 사회를 끌고 가고 있죠. 때문에 북한 엘리트들이나 주민들이 혁명 또는 폭동을 일으키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또 그러한 폭동을 일으킬만한 리더라든가 주체사상을 대체할 만한 사상이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북한 사회가 어떻게 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비록 엘리트들의 탈출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해외에 있는 엘리트들에 한정돼 있지 않습니까. 북한 내부에서도 엘리트들이나 주민들이 힘을 합쳐 김정은 정권에 저항하는 모습들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단기간 내에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