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 자녀도 ‘전승절’ 경축무도회에 뇌물로 불참”

북한 당국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7·27) 63돌을 맞아 청년들에게 경축무도회 총동원을 지시했지만, 정작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뇌물을 상납하고 불참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체제가 이날을 ‘전승절’(전쟁승리기념일)이라고 부각하면서 내부결속을 꾀하기 위해 행사 조직에 나섰지만, 체제 충성도가 낮은 대학생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혜산시 김정숙예술국장 앞 광장에서 진행되는 전승절 경축무도회에 대학생이 전원 동원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대학생인지 대기생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들은 전승절을 ‘아무런 의미 없는 날’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행사 참여를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이라면서 “당에 대한 충성심을 평가받는 시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참석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승절’을 대대적으로 기념하지 않았던 김정일 때와는 달리 이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내세울 업적이 없는 김정은이 ‘적과의 대결에서 승리’라는 선전으로 주민결속에 나서고 있다는 것.


하지만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한국 전쟁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시작됐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점을 조금씩 알게 된 학생들은 이 같은 선전을 ‘납득할 수 없다’고 여기면서 행사 참여에도 소극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특히 김정숙사범대학교 혁명력(역)사학부 학생들 속에서는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왜 자꾸 행사에 동원 시키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학부생의 70%가 이미 돈을 내고 행사에서 빠졌다”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 학부는 도내의 당 간부 양성이라는 목표에 따라 기본적으로 가정적 환경이나 배경이 좋은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면서 “이번 7·27행사를 당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애인 만들기 목적으로 참여하려는 학생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간부 자녀들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 대학생들도 ‘돈을 벌기 위해’ 행사 불참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국가 행사에 불참하는 학생들이 역전으로 나가 짐을 나르는 일을 하면서 학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번에도 이렇게 하루라도 장사를 통해 돈을 벌려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당국이) 어제(26일) 오후 5시부터 오늘(27일) 오후 5시까지를 특별경비기간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일부 대학생들은 무도회 참가 후 또 다시 경비근무를 서야 한다”면서 “이런 대학생들은 ‘(당국이) 하나부터 열까지 피곤하게 한다’는 말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