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단서 보여주기式 부대배치 압박전술 펼 가능성”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맞서 11일 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이미 철수됐던 북한군이 재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관계가 유례없는 경색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를 대비해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개성공단은 경기도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 거리로 도달할 수 있어 유사시 북한에게는 최우선 남침 통로로 간주돼왔다. 때문에 2003년 12월 개성공단이 착공되기 직전까진 전차 ‘천마호’와 장갑차 대대를 보유한 북한군 6사단,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가진 62포병여단, 북한군 64사단이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지역에 배치돼 있었다. 심지어 6·25전쟁 당시에도 개성은 북한군의 집결지이자 대남 공격의 출발지로 적극 활용됐다.

특히 북한군은 1999년 개성공단이 논의 선상에 올랐을 때부터 자신들의 군사적 요충지를 남측에 내줄 수 없다고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 6월 20일에 열린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도 북측 대표단은 “지리적 위치로 보나 안보상 가치로 보나, 그런 노른자위 같은 땅(개성공단)을 통째로 내준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前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12일 데일리NK에 “북한이 홀로 개성공단을 원래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기술, 해외 판매 경로도 있어야 할 텐데 과연 북한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대신 북한이 텅 빈 공단에 군부대를 배치해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에)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 파악된 것은 없다”면서 “북한이 재배치한다면 개성공단을 어떻게 할지도 (사전) 판단해야 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생산 시설로 꽉 차 있는 개성공단이 북한군에게 얼마만큼 효율적인 주둔지가 될 지는 미지수다. 또 남북한이 개성공단의 ‘영구 폐쇄’를 결정한 게 아닌 만큼, 북한이 공단 내 시설을 훼손하면서까지 군부대를 배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 공단 인근에 군용 장비를 전시하고 소규모 병력을 주둔하는 ‘보여주기식 대남 압박’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시설 장비들로 인해 북한 군부대가 아예 전개해 주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대신 공단 근로자들이 쓰던 숙소를 군인들에게 내주거나 주차장 등에 군용 장비를 배치해 ‘더 이상 개성공단이 평화롭지 않다’는 걸 대내외에 선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 위원은 “(개성공단 활용 여부를 떠나) 북한의 도발 위험은 언제든 있다”면서 “다만 현 상황에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만큼,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해외에 팔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경제 재재에 초점을 두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탈북민도 “북한이 개성공단 설비를 쓸어버리지 않는 이상 대규모 군부대를 배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설령 공단은 가만히 두고 그 주변 지역 무장을 강화한다고 해도 공단 설비를 장기간 그냥 두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군부대를 오랫동안 주둔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