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일삼는 김정은에 南주도 北체제변화 전략으로 맞서야

I.
신정과 구정에 맞추어 감행된 북한의 핵-미사일 연계 도발은 이제야 한국 국민과 정치권에 북한 핵도발의 실체를 어느 정도 인지시키는 데에 성공한 듯 하다.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 국민이 그동안 얼마나 ‘순진한’ 대북-통일정책을 꿈꿔왔는지 확인시켜주었다. 여기에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할 것임을 천명해온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햇볕’, ‘비핵개방’ 혹은 ‘신뢰’와 같은 5년 단임 한국 대통령의 단순한 비전과 희망에 기초한 대북-통일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십년, 탄식이 저절로 나올 만큼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였지만 지금은 책임논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어디에 아직 남은 배 12척이 있는지 그것을 확인해야 할 때이다.

우선 북한이 이번에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4호 발사의 목적에 대하여 간략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륙간탄도탄(ICBM)과 인공위성 발사체가 동일한 기술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2013년 모란봉악단의 신년음악회에서 선보인 경음악 ‘단숨에’의 배경화면에는,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탑재한, 은하 3호 발사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이어서 발사된 은하 3호에서 분리된 광명성 3호가 지구궤도에 진입하였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와 미국 본토에 충돌하면서 대폭발을 일으키는 CG가 이어진다.



김정은의 지시로 발사된 은하 3호의 발사에 이어서, 핵탄두 광명성 3호가 미국 본토를 강타하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광란의 춤을 추며 박수를 치는 장면을 YouTube에서 볼 수 있다./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언론은 이번 광명성 4호가 ‘발사 후 어떤 순간에도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김정은은 이미 3년 전부터 그것이 실제로는 핵탄두로서 미국 본토 위협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김정은의 공식 선전친위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CG 배경화면은 김정은의 의도와 다를 수가 없음은 물론이다.

김정은의 미국 본토 핵공격 주장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벌어진 김정은의 핵전쟁 위협에서도 드러났었지만, 그 실제 목적은 대한민국의 안보등뼈를 부러뜨린 후 한국 국민을 전체주의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북한 핵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단숨에 적화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북한의 ICBM 발사가 ‘북한 내부의 정권 안정용’이라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은 정치적 욕심이 진실을 가린 것이다.
II.
그렇다면 북한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분명하게 밝혀야 할 점은 한반도 핵위기에 대한 대응 주체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핵위협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잘못된 점은 한국정부가 미국 주도의 영변폭격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핵게임의 주체임을 동시에 망각한 점이다. 그 뿐 아니라 우리는 지난 10년 대통령들이 이념적 편견으로 북한의 핵개발에 눈을 감고 핵개발의 목적을 오도하는 것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북한 통일전선부의 대남선전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그런 사치를 부릴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 정부와 한국의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어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우방 국가와 주변 국가 그리고 북한정권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냉정하게 구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북한정권은 붕괴될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결코 북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북핵철거는 북한정권을 붕괴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야 하며, 그것이 겁난다면 북핵을 이고 살다가 노예로 전락해야 한다. 적화통일이 용납될 수 없다면 우리는 북한정권을 붕괴의 절벽으로 몰아갈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군사적으로는 북한정권 붕괴를 목적으로하는 선제공격, 평화적으로는 북한의 전쟁위협을 강하게 억제하면서 평화적이고 지속적인 붕괴전략이 그것이다. 중요한 점은 양자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는 평화적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편의상 한국 주도의 북핵해결을 위한 원칙을 ‘통합 전략’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한국의 동맹국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핵우산과 연합방위 및 경제제재, 일본이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제재와 한‧미‧일의 군사‧정보협동체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를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하여 명확히 그 중요성과 한계를 판단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이란 소극적으로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방어와 함께, 적극적으로는 북핵의 완전 철거를 목표로 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 국민과 언론은 북핵 문제 해결이 어느 하나의 빅이벤트로 가능하다거나 소극적 방어가 북핵문제 해결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대북확성기방송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보지 않지만, 미국의 핵우산, 연합방위 및 사드배치도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종의 전략 칵테일 즉 북핵 통합전략의 필요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주도적 노력과 함께 국민과 언론의 국난극복의 참여와 지혜가 필요하다. (현 상태의 국회에 이런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다른 한편 지금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북핵문제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숙제’를 하듯 대해왔다. 그것은 한국정부 스스로 주도권을 포기하고 북핵문제를 하기 싫은 숙제로 대해 왔기 때문이다. 대북‧통일정책은 항상 미사여구와 그 방법론이 확보되지 않은 희망과 비전으로 가득차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창의적 사고를 마비시켜 왔다. 이 점에서는 남북교류에 집착하고 있는 통일부가 문제이지만 외교부 역시 미사여구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5년 1월 외교부는 ‘Korean Formular’와 이른바 ‘신뢰와 북핵해결의 선순환’을 언급하였지만 내용이 없었다.

특히 개성공단은 이제 그 폐쇄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지만 그 역할부터 잘못 정의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성공적 예도 아니며, 북한정권에 치명적 압박을 줄 수 있는 수단도 아니다. 차라리 한국정부와 개성에 체류하는 한국 국민이 개성공단의 인질로 변질되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미미하기 짝이 없는 개성공단 참여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무조건 개성공단 유지’를 주장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정책 선택지를 좁혀왔다. 또한 개성공단이 MB정부의 ‘5.24 조치의 예외’였으며, 따라서 유엔의 대북경제제재에도 예외로 남아야 한다고 통일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왜 개성공단이 ‘5.24 조치 예외’야만 하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은 인질이 인질 납치자를 사랑하게 되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만들면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들이 단결하여 북한정권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결기(結氣)의 결집’을 막고 있다. 나아가 모든 국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한국이 개성공단을 유지함으로써 북핵문제의 위급성과 그 해결의 중요성을 무산시켜 왔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중국에게 ‘원유 공급 중단’과 같은 대북강경 경제제재를 요구하는 국가이기주의를 부끄럼없이 주장하여 왔다. 한국의 안보가 무너지면 개성공단도 사라지지만, 개성공단은 북한문제 해결 이후에 얼마든지 재개 내지는 확대할 수 있다. 이처럼 일의 본말이 뒤집히면 나라가 미치게 되어 있다.

우리는 고려 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후 단 한번도 국가의 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 결과인지 내부적으로 정객들은 당쟁과 정쟁에는 만사를 제치고 달려들지만, 외부의 침략에는 문약(文弱)과 무사안일(無事安逸),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국민들에게 주었다. 지금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 조금도 바뀐 것이 없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의하면 통일 후 신라는 전 국민의 의지와 힘을 동원하여 남한산성(晝長城)을 쌓고 한반도 지배를 의도하던 당에 결사항쟁의 의지를 보이면서 대당투쟁에 성공하였다. 위기의 순간에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우선 해야할 일은 정치공학적 잔머리가 아니라 무식할정도로 확고한 의지의 결집이다.

III.
다음으로 완전히 재고해야 할 점은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다. 아직도 국내‧외의 많은 국가들이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긍정적 역할에 희망을 걸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중국이 ‘한방에’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을 감행하면 “유관 각방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대국(大局)에서 출발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사드배치와 같은 자위 노력을 “한 나라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는 다른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한 마디로 한국과 미국은 꾹참고 가만히 있으면서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국적 주문은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에서 중국 스스로 한 번이라도 실천하고 나서 할 말이기도 하지만, 6자회담의 과정과 지난 3, 4차 핵실험 후 중국의 대응을 보자면, 중국의 역할과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확실한 판단기준을 내놓을 수 있다: ‘중국의 말을 듣지 말고 행동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순전히 중국의 행동만을 놓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기꺼이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역대 행정부나 한국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중국의 말에 넘어가 아직도 ‘혹시나’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중국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국의 안위가 변방 국경선의 관리에 있다고 믿는 중국정치의 봉건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의 적지 않은 왕조들은 국경선이 아니라 변방의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단명했다. 중국은 북한과 압록강을 놓고 접하고 있다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주장하지만,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고 한국과 수천억 달러의 무역을 하면서 도대체 남북한 어디와 손을 잡아야 할지를 중국지도자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다.

이제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희망의 변수’가 아니라 ‘북핵방치의 상수’로 간주하고 한‧미‧일 중심의 통합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런 전략 전환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 독자적으로도 방향 전환은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 왜냐하면 한국이 중국을 북핵게임의 장에서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위해서는 중국에게 어떤 요구나 압박도 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여기에 대해서 외교적 무례와 정치적‧경제적 압박을 가해 온다면 그것은 환영할 일이다. 21세기 동북아에서 중국이 어떤 위치로 스스로를 몰고가고 있는지 명백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이 북핵게임에 참여하겠다고 자청할 때에만 중국에게 그 입장권을 즉 최대한의 북한제재를 요구할 수 있다.

IV.
중요한 점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게임체인저를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북핵통합전략의 일부분이며, 한국은 양자, 다자, 유엔제재 조치를 통해 강한 대북전쟁억제력 확보와 북핵에 대한 통합적 방어능력, 경제제재 등에 적극 참여해야만 한다. 그리고 추가하여 한국이 그리고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수단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TV, 라디오, 무선인터넷을 통해 북한에 정보를 대량으로 유입시키는 것, 북한주민과의 정보환류체계를 구축하는 것, 북한 장마당의 풀뿌리 시장경제를 더 활성화시키는 일, 탈북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교육과 생활개선 노력,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을 돕는 일 등은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모두 평화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정상사회에는 전혀 위협수단이 되지 않으므로 어떤 국가도 비판할 수 없다. 오직 전체주의 폐쇄사회인 북한에게만 치명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사회에 정보유입을 굳이 ‘심리전’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 서독TV가 오랫동안 동독지역으로 송출되었지만 ‘심리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심리전’보다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실현’ 혹은 간략하게 ‘남북한 정보환류체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다.

이런 전략은 한‧미군사동맹과 한‧미‧일의 매우 강한 대북전쟁억제력과 함께 사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평화통일의 문화적‧정서적 토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남북한 정보환류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북한정권은 점증하는 정보개방이 가져오는 공포의 쓰나미를 체감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정확히 지적하였듯이 전체주의는 허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보환류체계는 수령 전체주의 정권을 유지하던 기둥들의 하나를 뽑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