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위해 南으로 자녀 보내는 北주민도 있어”

통일 한반도, 누구나 꿈꾸는 미래일텐데요. 통일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또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통일대담시간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탈북자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북한 사회가 살기 좋아졌다는 측면과 함께 그만큼 통제가 심해졌다는 분석입니다. 2일 통일대담 시간에는 김정은 시대에 탈북자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신미녀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대표님 자리에 나와 계십니다.


1.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 분들의 맏언니, 큰 누나로 통하시는 대표님이세요. 그만큼 탈북자분들이 믿고 의지하시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탈북자분들을 위해 일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북한으로 보면 월남자가족이고 우리로 보면 실향민 가족이에요. 아버지가 1·4후퇴 때 혼자 넘어오셔서 평생을 북녘하늘 쳐다보시면서 우시거나 우리형제들한테 지겨울 정도로 고향이야기를 많이 하셨었어요. 또 아버지는 고향 주소나 고모들의 이름을 외우도록 저희한테 강요했었죠. 제가 칠남매였는데 몇 째 아버지 고향 주소 외워보라고 해서 모르면 여지없이 몽둥이로 맞았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기억나는 게 아버지 고향이 함경북도 길주거든요, 함경북도 길주군 뒤로 못 외우면 맞을까봐 울었는데 아버지가 봐주나 했는데 그때도 회초리로 맞았죠.


아버지는 만약 통일이 되면 내가 죽더라도 고향을 찾아가서 가족들을 만나야 하는데 가족들 이름조차 모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저희 형제들이 클 때까지 아버지에게 세뇌교육을 많이 당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통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통일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고난의 행군 이후의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 있는데 저는 저분들이 제 사촌들, 육촌들, 저희 가족 같아서 이분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제가 이 분들을 가족같이 많이 돕다 보니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맏언니, 누나, 대모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분은 저보고 신관순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셨죠.


2, 그렇군요. 대표님이 몸담고 계신 곳 새조위. 그러니까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이란 단체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 방송을 들으면서 궁금해 하고 계실 북한 청취자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새조위는 ‘통일운동 시민단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저희단체는 통일 관련 서적인 ‘나의 꿈, 나의 도전’이라는 책을 읽은 독자들 5천 여 명이 모여 이 책에 나온 것을 실현해보자해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3. 이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탈북자 분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습니다. 다들 사정은 각각 다르지만 주로 어떤 이유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하던가요?


우리가 탈북자 이야기를 할 때는 시기에 따라 조금 달라집니다. 고난의 행군 때 오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먹고 살기 위해서 두만강을 넘었던 것이고요. 그 후에 오신 분들을 먼저 탈북한 가족들이 데리고 오기도 하죠. 또한 아시다시피 북한에서는 당원이 돼야 미래가 보장이 되잖아요. 자기가 어떤 일을 하다가 경제적 문제나 정치적인 것에 연루가 되면 거기서 영원히 살 수 없게 되니까 오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것은 결국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오게 되는 것이죠.


또한 최근에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탈북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내 아이가 여기서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국가 자체가 비전이 없으니까 내 아이만은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살게 만들자고 해서 넘어 오기도 합니다.


보통 북한이탈주민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거꾸로 자식을 남한으로 보내서 교육을 시키고 북한에 있는 엄마가 돈을 보내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탈북계기들을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이죠.
 
4. 김정은 집권 이후로 탈북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을 텐데요. 대표님께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요. 김정은이 집권하고 나서는 탈북자들의 수가 50%정도로 줄었습니다. 김정일 때는 탈북을 하면 가라 배신자들아 식이었어요. 왜냐하면 정부자체에서도 경제난 때문에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김정은이 집권하고서는 탈북하기만 하면 삼대를 멸족하겠다했거든요. 김정은의 정책은 아예 탈북자를 봉쇄시키는 정책이에요. 북한주민들은 그 상황에서 나오려다보니까 굉장히 통제가 심해지겠죠.


탈북자들이 나오는 루트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브로커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브로커를 통해 나오는 루트가 굉장히 엄격해졌어요. 그리고 또 제가 작년에 중국을 갔다 왔는데요. 예전에 갔을 때와 달리 철조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북한쪽도 마찬가지고 심한 데는 담을 쌓아놓기도 하고 그랬죠.


김정은이 지금 주민들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 위협을 하냐면 변방에 있는 전사들에게 실탄까지 주고 무조건 총을 쏘라고 해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은 강에서 물을 길어먹고 빨래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조차도 시간을 정해놓고 저녁 이후로는 빨래도 못하게 했다고 해요. 또 한 가지는 예전에 변방에서 나가는 군인들까지는 제재를 못했었는데 김정은은 일단 받아먹을 것은 받아먹고, 대신 그 (탈북 하는)사람들을 고발을 하라고 하는 거죠. 그럼 너네들한테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고 하는 거죠.


또 굳이 본다면 김정일 때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앉아서 굶어 죽나, 가다 죽나 죽는 건 매한가지였거든요. 배급이 끊어졌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굶어죽었지만 그 후에는 장마당 등에서 장사를 하면서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는 됐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굳이 총 맞아 가면서 탈북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총 맞으면서 갈 이유는 없는 거죠. 그런 이유들 때문에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5. 김정은의 공포 정치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공포정치가 탈북자 숫자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나요?


김정은은 태생자체가 아버지 김정일하고는 좀 달라요.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하려면 우선 주민들의 먹을 것을 해결해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현재는 해결해줄 수 없는 구조죠. 지금 북한의 기업소 같은 공장들은 많이 돌아가 봐야 20, 30개 정도 밖에 안 돌아가거든요. 배급도 끊어진지 오래고, 따라서 자기가 통치할 수 있는 수단은 ‘공포’밖에 없는 거예요. 그 외에 수단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정권을 유지하는 바탕이 없거든요. 고모부인 장성택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김정은은 정치를 하는 바닥이 있었는데 장성택 마저 숙청되면서 김정은은 외톨이가 됐어요. 흔히 최측근을 총살한다든가 이렇게 최악의 극에 달했다는 것은 일반국민들에게도 많은 암시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권력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이렇게 된다고 해도 북한은 정권과 모든 범죄들이 결탁된 거예요. 왜냐하면 당 간부나 기업소대표, 병원 등이 독립적으로 먹고살아야 되는데 정부에서는 돈을 안주니까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비법(불법)하는 사람들을 봐주고 뒷돈을 받아 운영을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공포를 느끼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이렇게 공포통치를 해도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거죠.


6. 탈북자들에 대한 정책도 엄격할 것 같습니다. 탈북자의 가족 분들도 많은 피해를 입을 것 같은데요. 김정은 정권이 탈북자의 가족 분들은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삼족을 멸한다면서 불순계층으로 정해놨어요. 김정은 때 어떤 일이 있었냐면 회령 쪽에서 교육자나 당 간부, 보위부 등이 탈북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제재했었는데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거죠.


김정은은 탈북자정책으로 봉쇄정책을 쓰다가 회유정책으로 바꿨어요. 회유정책이라는 것은 재입북 하는 탈북자들을 앞세워 강연한다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거죠. 그런 것을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에 가봤자 탈북자들은 정착도 못하고 가도 못 사니까 가지 말라고 하죠. 그러나 이미 북한사회에는 2만8천여 명의 탈북자가족들이 있으니까 다 알게 되잖아요. 한국에서의 삶이 어떤지, 정책이 어떤지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어요. 현재 김정은이 탈북자 정책을 통해 가족들을 추방시키기도 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6-1. 지금 계속 재입북 사례를 말씀하셨는데 북한당국이 재입북자들을 통해 북한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단체에 계셨던 여성 중에도 다시 북한으로 간 여성이 있어요. 저는 그 여성이 가고 나서 그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 여성이 왜 재입북했나 했더니 북한에서 남은 가족들을 볼모로 해서 회유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북한은 전에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의 학생들도 잘살고 있다고 선전을 했잖아요. 그런데 탈북자들은 다들 그걸 누가 믿냐고 말해요. 그런 사람들은 선전용으로만 쓰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살려놨다가는 또 이탈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그런 것 같아요. 김정은은 그 사람들을 단지 자신의 정책의 목적으로만 쓰고 있어요.


7. 김정은 정권의 주민통제 그리고 탈북자 정책을 비교해 보고 싶은데요. 앞선 김정일 시대와 어떤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정일 시대 때는 통제를 할 수 없었지만 내부에서는 그 사람들을 반역자라며 경멸하는 정책은 썼죠. 또한 두만강을 넘은 사람들을 반역자·반동자라고 했었어요. 그러나 김정은 시대로 와서는 탈북자가족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내부에서는 배불리 먹고 잘 살기 때문이죠. 그러나 바깥으로는, 정책상으로는 통제가 심하고 탈북자 가족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써서 탈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8. 탈북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졌을 것 같습니다. 보안 때문에 다 말할 수는 없으시겠지만, 최근에는 어떤 방법이나 경로를 통해서 탈북을 하고 있나요?


북한을 나오면 가장 먼저 중국을 가게 되는데 중국에서 바로 오는 한국으로 오는 것은 어렵죠. 제3국인 베트남이나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을 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변방 관리가 보위사령부로 바뀌면서 통제가 굉장히 심해졌어요. 그러다보니까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혼자 탈북하기도 어렵고 국경도 철통같이 수비하다 보니 전과 달리 브로커들에게 주는 돈의 액수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2013년에 넘어온 사람이 두만강 넘는데 브로커에게 250만원 줬다고 하거든요. 그것도 친한 군인이 있어서 그렇고 원래는 300만 원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800만 원정도 높으면 10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금 브로커들도 활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9. 대표님은 한국 사회에서 염원을 담아 따뜻한 통일 바람을 일으켜 오셨습니다. 북한 주민들께서도 대표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고 싶으실 것 같습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정말 죽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도 끝은 있고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오거든요. 이분들에게 봄은 통일이고 저는 통일은 곧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먼 미래보다도 그 사회에서 하루하루 잘 견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통일 후에 제 개인적인 소망으로 저희 아버지를 길주에서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