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서 납치된 자국 의사부부 외면하는 北”

지난주 리비아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의사부부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들 부부를 국제 테러집단인 IS 관련 조직이 납치한 것입니다. 수리아와 이라크가 근거지인 IS는 최근 전투가 격화되며 부상자들이 많아지자 의사들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납치는 이 의사 부부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인 소행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태도입니다. 이들 부부가 머나먼 리비아에까지 간 이유는 외화벌이 때문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부족한 외화벌이를 채우기 위해 해외에 노동자들은 물론 농사를 짓는 사람, 예술가, 의사 등 대규모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중국이나 로씨야처럼 비교적 안전한 곳도 있지만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근동이나 아프리카 지역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까타르에서 건설공사를 하던 노동자 한 명이 무리한 작업으로 사망해 90여명의 노동자들이 쫓겨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근로자가 파견된 지역 중에는 리비아나 수리아처럼 내전이 벌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이번 납치사건이 벌어진 리비아에만 3~4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 근로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안전한 지역에서 그것도 삼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번 납치도 북한 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더 쓰고 조치를 취했어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IS 세력이 의사를 노린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번에 납치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들을 구할 의지는 없이 쉬쉬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국가에선 자기나라 인민이 납치되면 국가적 힘을 총동원해 구출에 나섭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그럴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부부를 데려오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불하거나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없습니다. 물론 이들을 구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북한 당국은 납치된 의사 부부를 구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해외 파견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