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치범수용소와 종교탄압 그린 ‘언틸더데이’ 초연



▲주인공 순천이 친동생을 애틋하게 바라보고있다./ 사진= 희원극단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종교탄압 등의 실상을 그린 뮤지컬 ‘언틸더데이(Until The Day)’가 24일 초연했다.

주인공 명식의 상관 영철이 총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정치범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경쾌한 음악과 배우들의 화려한 춤 등으로 묘사된다. 무거운 주제로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 거부감 없이 관객들의 눈에 들어 온다.

 

짧은 원피스를 입고 즐거운 분위기의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북한 예술단원들에 둘러싸여 영철이 총살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실상이 너무 처참해 코믹하게나마 그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무엇보다 코믹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언틸더데이는 북한에서의 인권유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주인공 명식이 북한 사회의 본질을 깨닫고 탈북하는 과정을 주되게 그리고 있다. 상관의 처형 계기로 북한 사회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명식은 프랑스 국영기자로 위장잠입한 선교사 미카엘과의 만남으로 독재체제의 민낯을 보게 된다. 북한 주민들은 존재도 몰랐던 옛 교회터에서 두 사람은 조우한다. “(우리는)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겁니다”라는 명식의 일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북한의 처절한 현실 느끼게 해준다. 명식은 결국 고뇌 끝에 탈북을 결심한다.      



▲ 순천과 등장인물들이 현실에 절규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희원극단

한편 명식의 연인 순천은 왕재산예술단의 배우이자 지하 기독교인이다. 낮에는 예술단에서 화려한 공연을 하고 밤에는 안보이는 곳에서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다. 그녀는 열심히 기도하며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지하 교회에 대한 검열은 수시로 이뤄지고, 교인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다. 북한 당국은 프랑스 국영기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짜’ 교회를 선보이기도 한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종교의 자유’는 사치스러울 정도다.   
 
순천은 자유로운 곳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명식의 설득, 나가서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것이 인권 유린을 당하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명식과 탈북을 결심한다. 그러나 결심이 서기까지 아이들을 보며 갈등하는 그녀의 모습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공연은 무거운 주제로 자칫 지루해질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등장인물도 있고,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장면도 많다. 현실에 절규하는 주인공들의 목소리와 객석의 울음소리가 함께 들리다가도, 넉살스런 등장인물들의 코믹 연기에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마음 놓고 웃고 울지 못한다. 마음 한구석에 북한의 처참한 현실이라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명식이 순천에게 “나가서 도와달라고 하자, 그럼 뭔가 달라지지 않갔네?”라며 그녀를 설득하는 대목에서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한국사회가 떠올라 부끄러워진다. 극중 “남조선 사람들이 우릴 위해 외쳐줄거야. 그 날이 꼭 올거야”라는 순천의 말은 우리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주명식 역의 김홍표씨는 “극을 준비하며 ‘사람답게 살아봐야 하지않갔네?’ 이 대사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실태에 대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을 울린 양정윤씨(강순천 역)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는 배우들과 국민들이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통일되는 그날 까지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했다.



▲ 익살스런 등장인물 인희와 주인공 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