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행보, 中과 정상회담 포석일수도”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뉴스를 전문가와 함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집중 분석’ 시간입니다. 3월 10일 이 시간은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과 함께 합니다. 네, 지난주 시간에는 남북관계에 대해서 평가하고 전망해봤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북중 관계, 그리고 북미관계를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1. 먼저 박사님, 최근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북중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중국과 북한 양측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런 발언을 한 의도가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중국입장에서는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북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이 얻는 이득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런 가운데 북한까지 만약에 놓치게 되면 중국으로서는 큰 손실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지금 러시아와 상당히 가까워지려는 입장 아닙니까?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관할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러시아에 뺏긴다면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끌어들임으로써 남한을 끌어들이고, 남한을 끌어들임으로써 또 일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적 고려가 있기 때문에, 아마 북중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듯합니다.

북한과 중국이 너무 가까워지면 한국이 불편합니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가지고 북한을 견인해 끌어들여야하는데 북중 관계가 너무 좋아지게 되면 한중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미관계는 더욱 좋아질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로서는 중국도 놓칠 수 없는 파트너이지 않습니까? 또 물론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을 견인하는, 남북대화도 놓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한국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실제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높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중관계가 너무 오랫동안 경색되어왔기 때문에 중국도 조바심이 있는 것 같고, 북한도 더 이상 중국을 멀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러시아와 관계가 좋아지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사실 러시아가 중국만큼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중국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도 좋지 않고, 북일 관계도 술술 풀리고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은 역시 중국이 투자와 경제 협력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처럼 중국의 국익과 북한의 국익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3. 일단 회담이 성사될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전제조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과 중국이 생각하는 이런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향후 이런 접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분위기로 보게 되면 북중 정상회담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북한 입장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중국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중국의 제재가 강하게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중국도 동조하는 것에 북한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중국을 멀리하고 만나지 않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중 관계는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에 따라 북중 정상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태도를 완화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국제정치적 환경 때문이든, 경제적 실리 때문이든,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져야합니다.

사실 중국입장에서는 (북한을) 제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안보리 제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중국이 국제적인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유엔 안보리 제재를 거부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문제에 있어서 조금 완화된 입장이랄까.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는 데에 완화적 태도를 취해야만 북한이 중국과 거래를 하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특히 북한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약 50억 달러의 지원을 받는다는 약정을 했었습니다. 2012년 8월 장성택이 중국에 가서 후진타오 당시 주석과 합의를 한 겁니다. 때문에 시진핑 체제에서 50억 달러를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내밀한 약속과 같은 물밑접촉을 통한 약정들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북한도 손해볼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북중 정상회담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4. 사실 이전 북중 관계를 놓고 보면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보다는 먼저 중국 시진핑과 회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거든요. 근데 현실적으로는 지금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계속 좁혀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5월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전 시진핑을 먼저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은 한중정상회담이라든가 다른나라와 정상회담 전에 사실 북중 정상회담을 먼저했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이 등장하면서 한중 정상회담을 먼저하고,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외교적 실패가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대안으로서 러시아와 정상 회담을 하겠다는 태도를 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물론 중국이 먼저 혈맹관계를 배신했지만 김정은이 푸틴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선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 전에 먼저 북중 정상회담을 하려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5월 북러 정상회담 전 북중 정상회담이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 4월 24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비동맹운동 60주년 기념식을 하고 여기에 중국, 북한, 한국의 정상들을 초청했습니다. 만약 시진핑, 김정은이 이 행사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북중 정상 간 만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만날 수도 있고, 북경에 김정은이 가서 만날 수 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되든 북중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5월에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할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술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러시아 방문 전 북중 정상회담을 하려는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습에서 김정은의 이런 전략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왕이 외교부장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 정치군사적 이득을 얻는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5. 북중 관계를 살펴봤는데요. 북미 관계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소니해킹에 이어서 오바마 행정부의 북한 붕괴발언까지 미북 관계는 미중 관계보다 더 악화일로에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의 미북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김정은 정권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때를 2012년으로 보면, 그 특징이 대화와 대결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대화를 했지만, 그 대화가 깨지고 대결국면으로 가는 모양새를 띄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관계가 좋았던 결과로 2012년 2월 29일 2.29합의가 체결되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은 24만톤의 영양지원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북한이 2012년 4월 11일 장거리 로켓발사 시도를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북미 관계가 굉장히 나빠진 겁니다. 2012년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고 상황이었습니다. 2012년 8, 9월 기간 동안 미국 대표단들이 비밀리에 북한을 두 번 방문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은 아마도 북한에게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마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어느 정도 지켜줬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 재선 후, 북한 입장에서 그 이후에 미국의 행태나 대북정책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3년 2월 12일에 제3차 핵실험을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나빠진 겁니다.

6. 이렇게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당히 불안정하게 출발을 했습니다. 경험도 없고. 그렇기에 주변국에서 김정은 정권이 오래 안정적으로 갈까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공고하고, 힘 있는 모습과 더불어 불안정한 정권이 아니라고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에 강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자기들을 얕보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김정은이 위대한 지도자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자기들에게 어떤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압박을 가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자꾸 보내다보니 관계가 나빠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7. 이러한 북중, 북미 관계 속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외교적 전략을 세워야 할지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요. 향후 미북 관계는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국도 끌어들여야하고 북한도 끌어들여야하고 한미동맹도 놓칠 수 없습니다. 몇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조화 외교가 필요합니다. 미국, 중국 다 조화롭게 우리와 관계개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남북관계도 개선하는 굉장히 조화로운 외교를 해야 합니다.

다만 한미동맹은 안보적, 경제적 측면에서 항상 기본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한편으로 중국과 경제적 실리 추구해야 합니다. 또 통일문제 관련하여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우리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에게는 체면을 살려주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보, 가치 동맹도 그대로 가지고 가야합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을 설득할 필요도 있습니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도 가깝고 앞으로 통일을 이룸에 있어 중국이 중립을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주도로 한반도 통일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에게 이해를 해달라는 영리한 외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너무 가까워져서 남북한 모두 중국과 가까워지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우리의 약점이 있다는, 그런 설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외교가 중요합니다. 만나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겁니다.

8. 무엇보다 중국을 통한 북한의 변화 유도는 통일을 위해서 최선의 계획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을 한국과 같은 편으로 만들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끔 하는 전략과 전술이 있을까요?

결국은 한중관계가 강화되어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와 남북 관계를 동시에 가져가는 겁니다. 한중 관계도 좋지만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을 안심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고립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한국이 돕겠다, 당신들이 만들어놓은 19개의 경제개발구에 대해 우리도 투자할 용의가 있다, 더 이상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우리가 언제든지 동족으로서 민족으로서 도울 생각이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에서 한중 관계와 남북 관계를 조화롭게 가져가는 게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