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체농법으로 논밭갈이 실적 경신’ 선전하지만…

북한이 봄 농사철을 맞아 대부분 지역에서 논밭갈이, 거름 치기 등 농사준비가 한창이라고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통해 전했다. 또한 주민들이 북한 식(式) ‘주체농법’에 따라 실적이 예상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논밭갈이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황해북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황해북도의 논갈이 실적은 66%로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볼 때 1.8배, 밭갈이 실적은 94%로서 마감단계”라면서 “도(道) 농촌경리위원회에서는 논밭갈이에 필요한 부속품과 농기계를 제때에 생산보장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과학농사의 주인이 되게 할 때’라는 기사에서는 “(선전대원들은)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의 신년사를 높이 받들고 올해 농사에서 전환을 가져오기 위하여 농장원들을 힘있게 추동하고 있다”면서 “(농장원들은) 벼모 기르기를 철저히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봄 농사철을 맞아 연일 농사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기계화가 보편화된 남한과 달리 북한은 농사준비를 위한 영농기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농사과정에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인력으로 해결한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삽, 괭이, 호미 같은 기초적인 농기구뿐만 아니라 뜨락또르(트랙터), 이앙기 등 농사용 기계장비가 부족하다. 그나마 보급된 기계마저 연료 부족으로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운 좋게 연유(燃油)를 구하더라도 노후화로 인한 부식으로 운행이 되지 않거나 고장이 나기 일쑤다.

이는 북한이 이날 신문을 통해 “황해북도 승호군에서는 뜨락또르들과 함께 부림 소를 적극 이용하는 데 각별한 힘을 넣었다. 군에서는 연유가 부족한 조건에서 소를 이용하여 논밭갈이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밝힌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북한 협동농장의 영농자재 공급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농사에 뜨락또르가 주로 사용됐지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연료 부족으로 이용이 어렵게 되자 주민들과 소가 농사일에 주축이 된 것이다.

특히 당국은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농기계는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동원하거나 수도인 평양 지역에 쌀 등을 공급하는 구역에 우선 공급돼 일반 농장원들은 구경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에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원화협동농장은 대내 매체를 통해 모내기 등 농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공개되는 곳이기 때문에 중앙 차원에서 농기계를 지원한다”면서 “이곳은 당의 배려를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한 농장이고 근처에 있는 일반 농장은 연유나 기계부속 등을 자체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있어도 못 쓰곤 했었다”고 소개했다.

농장원 출신의 한 탈북자도 “봄 농사철이 되면 ‘위 단위가 아래 단위를 돕는다’는 지침에 따라 기관기업소에서 농사짓는 데 필요한 호미, 낫 등을 공급하는데, 공급된 농기구들은 한 번 쓰고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농기계 공급은 ‘장군님의 배려로 뜨락또르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그나마 공급을 받지 못한 농장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이 오래됐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에 공급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산비탈에 뙈기밭(소토지)을 일군 농민들이 많고 이런 곳에는 어차피 농기계가 필요하지 않아 쓸모도 없는 기계에 관심을 두는 주민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