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남한 우리 핵우산 아래 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6일 북핵문제와 관련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기자회견(5.4) 발언을 비난하면서 남한이 북한 ’핵우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조평통은 남한이 북한의 핵억제력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남조선이 우리의 선군정치와 핵우산의 덕을 보고 있는 조건에서 응당 우리 민족에게 전쟁참화를 씌우려는 미국을 규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우산의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남한이 북한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는 셈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억제력이 남한을 보호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핵우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북한은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는 주장을 시종일관하게 펴왔다.

지난 3월 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조ㆍ미가 기술적으로는 전쟁상태에 있고 남조선이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는 조건에서…”라고 말했다.

핵억제력, 핵무기에 이어 ’핵우산’을 언급함으로써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은 2.10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에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해 왔다.

지난 3월 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된 만큼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푸는 군축회담으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향후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또 이날 반 장관의 발언을 미국의 주장을 되받아 외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남한과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발을 맞추는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 장관에 대한 비난은 “남조선의 외교당국을 대표한다는 사람이 도대체 언제부터 이처럼 미국의 대변인, 나팔수가 되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실을 볼 줄 아는 이성을 가져야 한다”는데 그쳤다.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의 대북 비난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반 장관의 발언을 남한이 미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려는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