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7차 당대회서 부분 개혁개방 노선 채택 가능성”

진행: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는데요.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사실과 대조해서 짚어보는 시간 <노동신문 바로보기>시간입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과 함께 합니다.

31일자 노동신문 4면 전면에 걸쳐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우리 당 역사에 특기할 혁명의 최전성기로 빛내이자’란 제목의 사설에서 “눈부신 비약의 속도, 전설 같은 영웅 신화를 창조하며, 당 중앙을 결사 옹위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36년 만에 개최되는 당 대회를 성황리에 치르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김정은이 제 7차 당 대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9일 이 시간에는 노동신문 내용을 토대로 ‘북한 제 7차 당 대회’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장님, 일단 북한의 노동당 대회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으로, 당 대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되나요?

보통 북한 노동당 대회는 지금 6차대회까지 진행됐고, 대회 개최 간격이 10년 정도 됩니다. 당 대회에서는 주로 당의 중요한 정책결정을 선포하고 제반 과제들 그에 따른 수행과 방법들도 당 결정으로 채택을 합니다. 또한 그전에 열렸던 당 대회에서 제시된 과제의 성과에 대한 총화, 미진했던 부분들을 어떻게 완수할지에 대한 수행과제들도 같이 토의되고 결정되는 당 최고 회의입니다. 그런데 이번 당 대회가 1980년 노동당 6차대회 후, 내년에 열리면 아마 36년 정도가 흐른 것입니다. 벌써 세 번 열렸어야 할 당 대회를 한 번도 못 열고 그때 이후 이번에 처음 열리는 건데 이에 대해 북한주민들도 깜짝 놀랐을 겁니다.

2. 이렇게 굵직한 문제가 논의됐던 북한의 당 대회가 6차 대회 이후 36년 동안 열리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이 시점에 당 대회를 소집한 배경이 무엇일까요?

우선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비해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자유로운 조건이에요. 왜냐하면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대인 당 6차대회 때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위한 10대 고지목표를 선정해놨고, 인민경제 3차 7개년 계획이라고 하는 것도 수행하려고 했었는데, 6차대회에서 그 다음대회까지 설정된 사회주의 경제 목표들, 당의 결정들 중 완수한 것, 못한 것 등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두 통치자들은 그것이 없어서 당 대회를 못 열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김정은은 그에 비해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자기가 선정했던 목표치도 아니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선정한 목표치여서 그 부분은 묵살해도 책임에서 가볍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 당 대회를 열지 않으면 40년이 흐르게 됩니다. 노동당에서 당 대회를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안 열었다고 한다면 북한 노동당은 이미 망한 당이라고 볼 수 있어요. 외부에는 노동당이 강력한 불패, 백전백승 노동당이라고 선전했는데 40년간 당 대회를 한 번도 안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에 김정은은 고심 끝에 당 대회를 열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아요. 올해는 당 창건 70주년이 있었고, 당 대회도 같이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또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이 같은 것을 통해 해마다 주민들을 추동할 수 있는 강력한 목표가 있어야 돼요. 김정은은 올해 당 창건 70주년을 가지고 주민들을 괴롭혔는데 내년에도 노동당 대회를 열어 주민들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결국 체제안정, 권력안정에 기여하려는 목적이 있어서 당 대회를 기어코 소집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3. 노동신문은 당 대회 개최 발표 후 각계각층 인사를 동원해 연일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당 대회의 개최 의의를 강조했는데요. 그 의도는 무엇일까요?

지금 북한 노동당에 조직비서가 따로 없고 최룡해가 근로단체 비서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조직부 다음에 주민들을 독려하는 가장 큰 부서가 근로단체 부서인데 최룡해가 이 근로단체의 비서기 때문에 그 산하에 있는 청년동맹, 직업동맹, 여성동맹 등 북한의 절대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지도기관에 수장인 것이잖아요. 때문에 최룡해가 직접 나서서 노동당 대회를 성과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분위기 고취에 나선 것 아닌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룡해는 36년 전인 30대 때 당 대회 때 청년비서를 했어요. 그래서 아마 감회가 새로울 겁니다. 지금은 60이 넘은 사람으로서 최룡해 스스로 굉장한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36년 전 열렸던 당 대회 때는 청년동맹 수장이었는데, 지금은 노동당의 중요한 부서 수장으로서 당 대회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도 있을 테고, 또 6차 대회 때가 아버지인 최현이 인민무력부장을 했었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정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아들인 본인의 시기에 와서도 당 7차대회를 맞이하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4. 노동신문에 재밌는 표현도 있던데요. 논설을 보면, ‘콜라 맛보다는 백두산 들쭉 맛을 좋아해야 하며 죽어도 혁명신념을 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한에서 콜라라는 것은 90년대 지식계층(대학생, 공장기업소 중간간부)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코카콜라를 빗대서 물젖은 자본주의 청년들이라는 표현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코카콜라가 어떤 사상인 줄 알았었죠. 자본주의에는 코카콜라라는 사상이 있어서 청년들이 저기에 물젖어서 부패한 사상을 보일 수가 있구나라고 알고 있던 그 코카콜라를 중국에서 처음 먹어봤죠. 그걸 먹어보면서 저는 콜라가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이 망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콜라를 처음 먹으니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었죠.

또 재밌는 것은 노동신문에 백두산 들쭉이 나왔잖아요. 맛은 블루베리 맛같이 달콤하고, 들쭉액도 굉장히 색깔이 예쁘고 좋아요. 그런데 백두산 들쭉은 일반인들이 먹지 못해요. 북한주민의 90%이상이 백두산 들쭉을 먹어보질 못했는데, 이런 비유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거죠. 백두산 들쭉을 먹어봐야 코카콜라보다 더 나은지 알죠. 들쭉을 자꾸 언급하는데 노동신문의 기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사라는 것이에요. 콜라 맛은 주민들이 더 잘 알거에요. 지금 중국산이라든가 싱가포르, 태국산 음료들이 북한에 많이 들어가고 있어요. 주민들이 그 콜라 맛은 알아도 백두산 들쭉 맛은 모를거에요.

4-1. 이는 외세에 대항한 정신을 강조하려는 걸가요?

백두의 혁명정신과 백두의 기상을 안고 사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을 조선 청년이라고 했습니다. 결국에는 콜라를 빗대서 백두산 들쭉을 말하는 것은 외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차단, 철저하고 단호하게 배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콜라는 주민들이 한번 빠져들면 중독이 심하니까 아예 애초의 당의 논설을 통해서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외부정보가 유입되는 북한의 실정에서 아마 그런 문구를 통해 외부세력에 단호하게 맞서 투쟁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5. 이번 당 대회가 강성국가 건설 역사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선전 구호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요 정치 행사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아마 올해 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했고 내년 당 대회를 마치게 되면 김정은 집권 4년 만에 아버지 김정일이 하지 못했던 것을 다하게 되는 거예요. 이전의 노동신문을 보면 선대 수령이라고 말은 안했는데 전에 없었던 많은 것들을 앞당겨서 몇 수십 년간 못했던 일을 1년 사이에 다 한다고 선전하고 있어요. 가만 보면 아버지가 못한 것을 아들이 다하고 있다는 은근한 자랑이 들어가 있어요. 결국 분수령이 된다는 것은 그 정점이 된다는 것인데, 이번 7차 당 대회가 김정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완전히 김정은 시대가 제자리에 들어앉아서 확실하게 틀어잡고 간다는 선포식이 된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6. 이렇게 강조하는 당 대회, 만반의 준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노동당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요?

우선 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를 보게 되면 당 대회를 맞이하기 위한 제반과제들, 수행 목표들이 정해져 있어요. 우선 정치적인 열의, 성과에 앞서서 당원들은 당 대회를 맞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상적 교육, 사상의 목표 같은 것을 설정해놓고 당 조직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전 노동신문에서 당원들의 멸사복무 독려내용이 나왔잖아요, 당 대회를 맞으며 노동당원들에게 더욱 당에 충실하고 멸사복무 하라고 하는 내용이었죠. 한편으로는 당 대회를 열어 정치적 성과와 함께 높은 경제적 성과를 맞이해야 된다는 부분이 같이 나와 있어요. 결국에는 현 북한 경제상황이 어렵지만 당원들이 더욱 노력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목표치를 하라는 과제사항들이 당 조직을 통해서 지시가 내려왔을 거예요. 그러면 주민들, 당원들 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까지 당 창건을 준비하면서 피곤하게 준비했던 것에 이어 또 다시 강행군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내년 당 대회전까지 김정은의 목표 설정에 도달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주민들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7. 아직 반년 정도 남았지만 당 대회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대내외 노선이 제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아마 지금까지 북한이 해왔던 정책결정 중에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은 김정은 스스로도 내렸을 것이고 당 지도부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가게 되면 북한사회가 스스로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이미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또 당 대회를 맞으면서 중요한 정책결정의 변수가 반드시 나올 것 같다는 예측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북한사회가 오래갈 수 없다는 한계점을 인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북한의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체제자체가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을 김정은도 이미 알고 있어서 그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서 당 대회 때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을 것 같고,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세밀한 준비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8. 이번 제 7차 당 대회에서는 어떤 경제발전 노선을 제시할까요?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내세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김정은이 만약 두 가지 생각을 한다면 첫째는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개혁개방을 안하겠지만 개혁개방을 어느 정도 하면서도 체제존립, 독재정권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부분개혁, 부분개방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베트남·쿠바 같은 사회주의의 외피를 쓰고 있는 여러 개혁개방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을 하고 경험을 받아 들여서 어중간한 형태의 개혁정책에 대한 노선을 지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 김정은 본인이 아무리 무지한 경우라고 해도 ‘경제노선이나 정책 가지고는 한계가 있구나’, 개혁개방을 통해 문을 좀 더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라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9. 또한 당 대회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나라운영 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신의 시대를 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일성과 김정은이 사망한지도 꽤 지났는데 독자노선이 아니면 그 유훈을 가지고는 더 이상 우려먹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 유훈통치는 현실에 맞지도 않고요. 그래서 김정은식 독자노선을 반드시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독자노선을 당 대회 때 선포하기 위해서 당 대회를 연 것일 수도 있어요.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에 맞는 정책 결정을 지시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그거 때문에 당 대회를 3년 안정기를 거쳐 큰 행사를 치루고 나서, 내년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라는 면밀한 타산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