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 북송 공포 커진다…“도강보다 북송 피하는 게 더 어려워”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의 전경. 북중 접경지역은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은신해 있는 곳이자, 탈북민 체포가  활발히 이뤄지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드넓은 중국 땅 곳곳에서 탈북민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중국 내 탈북민 북송 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탈북민을 ‘불법 월경자’로 치부하는 중국 땅에서 북송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었지만, 최근 1년간은 영유아가 포함된 가족 단위부터 수십 명 단위의 탈북민이 집단 북송되는 사건도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데일리NK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간 수집한 사례를 집계한 결과, 최소 120여 명의 탈북민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 투먼(圖們), 옌지(延吉),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 등 중국 각지에서 체포됐다. 상당수는 이미 북송됐고, 최근에 체포된 이들도 대부분 중국 변방 구류소에 수감돼 차례대로 북송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체포 사건 중 일부는 그간 브로커들 사이에서도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안가(安家)나 기차역, 산길 등 주요 탈북 루트를 경유하던 중에 벌어진 것으로, 사실상 중국 내 믿을 만한 탈북 루트들마저 대부분 중국 공안(公安)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대북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에 “이전에는 위장만 잘 하면 통과할 수 있었던 도로도 감시가 삼엄해져 탈북 루트로 삼기 어려워졌다. 도로마다 감시 초소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이제는 북중 접경에서 도강하는 것보다 중국에 들어와 태국이나 라오스로 넘어가는 게 더 어려워진 것 같다. 브로커들끼리도 이러다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들도 중국 내 탈북민 체포 및 북송 사건이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올해 7, 8월 두 달간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된 탈북민이 최소 41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체포된 것으로 파악한 탈북민만 해도 51명이다. 이들 92명의 체포 탈북민 중에는 구금시설에서 태어난 영아와 11살 어린이, 4명의 여성 노인도 포함돼 있다는 게 HRW의 설명이다.

통상 국제인권단체들이 체포 탈북민의 이름과 나이, 성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야 사례를 집계하는 점을 고려할 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체포 사례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가족이 없는 탈북민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북송으로 인한 고통을 홀로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4년간 탈북 브로커 일을 했던 탈북민 이성일(55·가명) 씨는 “일전에 탈북민들의 도강을 도와줄 당시 한국에 가족을 두지 않은 사람도 한두 명씩 포함돼 있었다”면서 “간혹 중국 시내로 넘긴 탈북민들 중 일부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일단 한국 내 가족들에게라도 알려 일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탈북민들은 생사를 확인할 길도 없고,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어 (공안에 체포돼도) 별달리 손을 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포착한 공안(公安·경찰)들의 모습.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월경자로 규정하는 중국에선 공안이 중심이 돼 탈북민 단속에 나선다.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 북송 시 고문부터 강제낙태까지…차라리 자살 택하는 탈북민도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된 탈북민들이 장기 구금은 물론 구타와 성폭행 등 각종 비인간적 처우에 몰린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송 이후 겪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느니 중국에서 체포되는 즉시 자살을 하기 위해 독극물이나 칼을 소지한 채 탈북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지난 7월에도 중국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민 일가족이 북송을 앞두고 음독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북한 당국은 형법(2015년 개정) 제221조에서 불법 월경행위(비법국경출입)를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서 최대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처벌을 받는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송 탈북민에 대해 형법 제63조의 ‘조국반역죄’를 적용해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내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제63조는 정상이 무거운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탈북민이 중국에서 체포되면 대개 경찰서나 군사시설 내 구금시설에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간 구금된 채 심문을 받게 된다. 충분한 수의 탈북민이 모이면 해당 구금시설에서 이들을 북중 접경에서 보위부에 인계한다. 대체로 함경북도 회령, 무산, 온성, 양강도 혜산,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탈북민 북송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북한으로 인계된 탈북민들은 먼저 국경 근처에 위치한 보위부 구류장으로 이송돼 신체 내부 수색을 받는다. 돈이나 기타 물품을 신체 내부에 숨겨왔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실제 북송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은 이를 견디기 힘든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준 과정이라 증언한다.

이후 보위원들은 북송 탈북민을 대상으로 탈북한 이유와 방법, 탈북 과정을 도운 인물, 중국에서의 행적 등을 심문하게 된다. 북송 직후부터 탈북민은 사실상 인간이 아닌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심문 과정에선 극악한 고문과 구타가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여성 탈북민은 심문을 담당한 보위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며, 임신한 채로 북송됐을 시 강제 낙태를 당하게 된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 공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피해자가 진실을 진술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완전히 고백했다고 확신할 때까지 심각한 구타와 다른 형태의 고문이 조직적으로 자행된다”면서 “보위부 및 부안부 구류장의 비인간적 수감 환경은 수감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신속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추가적인 압박을 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문을 마친 탈북민들은 탈북 배경이나 중국에서의 행적 등에 따라 다른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나 기독교 선교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도 보위부로 이송돼 별도의 재판이나 사법절차 없이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에 수감된다. 식량이나 일거리를 구하느라 월경한 게 인정된 탈북민들은 고향 보안원이 인계하러 올 때까지 구류소(집결소)에서 대기하다가, 이후 재판 없이 노동단련대에서 수개월에서 일년간 구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