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인들, ‘총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 1992년 4월 25일 조선인민군창건기념일 사열 모습 (사진:연합)

북한군인들은 지금 심각한 스트레스에 쌓여있다. 만기적인 군복무 기간 연장과 살인적인 영양실조 때문이다.

남한은 복무연한이 2년 정도지만 북한은 남성이10~13년, 여성은 6~8년이다. 복무연한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군 병력유지와 전투체력 문제와 관련이 있다. 북한은 정규군만 해도 170만 명이다. 여기에 전시에 동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원으로 7백만 예비병력(청년동맹, 소년군 포함)까지 있는 세계초유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 나갈 때는 ‘군인선서’라는 것을 한다.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군민(軍民)관계 훼손불가와 같은 군복무조례를 공부한다. 과거에는 항일빨치산 출신 지휘관들이 통솔해 군사력도 강했다. 그러나 빨치산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고, 90년대 중반에 들어 악화된 경제사정으로 전체적으로 군사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청춘을 앗아가는 13년

예비병력인 청소년들은 만성적인 굶주림으로 지적 발달보다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단순인간’으로 변했고, 大아사 기간에는 식량을 구하러 떠돌아다니며 많이 굶어 죽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키가 자라지 못했고, 군에 입대해도 공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 영양실조로 대거 의병제대 되었다.

북한의 군입대 규정은 키 148cm, 몸무게 48kg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불합격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이 핵을 가지고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호언하는 상황에서 언제 그의 전쟁결심이 내려질지 모르니 군사력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런데다 신병들이 무기기술 기재를 다루는데도 무리가 있어 한꺼번에 물갈이를 할 경우 군력이 약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당국은 3년씩이나 군복무를 연장한 것이다.

군복무 기간중 연애금지

군인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가장 큰 원인은 성인이 된 나이에도 ‘생리적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성(異性)에 눈뜨는 시기가 바로 군복무에 시달리는 시간이다.

북한에서는 군복무 기간중 연애를 해서는 안된다. 김정일은 “사랑을 하게 되면 평화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명령집행에서 주저함을 낳는다”고 본다. 만약 군복무 중 연애하거나, 여성을 임신시켰을 경우 ‘생활제대'(의가사 제대)나, 각종 조직적 제재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스트레스의 원인은 노동당 입당 문제다.
북한당국은 군복무가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강조하며, 제대후 입당시킬 것처럼 약속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만기제대를 앞둔 고참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지금은 조금 변하기 했지만 북한에서는 노동당 가입을 최상의 영예로 간주한다. 그래야 미래가 담보되기 때문이다. 간부 등용에서 입당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북한당국은 이 점을 이용해 청년들에게 군입대를 부추긴다.

그러나 그 많은 군인들을 당에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 때문에 입당 할당을 대폭 축소시켰다. 10여년 동안 총을 메고 있다가 빈털터리로 돌아가면 어른들 볼 낯도 없고, 배우자 선택에도 큰 지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대군인들은 이에 대한 항의로 총기를 난사하여, 전 중대를 몰살시킨 경우도 일어나고 탈영하는 사례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화나면 상관도 타격대상

세 번째 스트레스 원인은 무절제한 군율 때문이다.
상관으로부터 구타, 기합를 받은 군인들은 스트레스를 아래 사병에게 풀거나, 민간인 거주지에 나가 살인, 방화, 강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 엄중한 것은 상관에 대한 구타문제다. 오랜 복무기간으로 인해 심한 권태감을 느끼는 군인들은 낮에 술을 먹고 상관에게 주먹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995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다. 금강산발전소 건설에 동원된 4.25 군부대의 고참 세 명이 제대를 며칠 앞두고 이별주를 마셨다. 동기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입대한 이들은 서로 다른 부대에서 복무하다 모처럼 만난 것이다. 어느 한 음식점에서 한잔 나누고, 거리를 거닐며 지나가는 여성들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이때 지나가던 108훈련소 반(反)항공사령관인 대좌(대령)가 그들을 제지하며 “동무네 어느 부대 소속이요?” 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세 명 중 상사(상병)견장을 단 군인이 한발짝 나서며 “이놈 새끼, 네가 뭔데 나서면서 그래?” 하며 발길로 대좌의 복부를 걷어찼다. 대좌는 헉~ 하며 두 손으로 복부를 쥐고 거꾸러졌다.

세 명의 군인들은 홧김에 계속 그를 두들겨 팼다. 대좌는 피가 터지면서 피하기 시작했다. 군인 세 명은 달아나는 그를 따라가며 지금까지 배웠던 태권도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사병이 영장급의 고급장교를 치다니… 필자는 그 광경을 머리칼이 나고는 처음 보았다.

경무관(헌병)들에게 체포될 때는 이미 대좌는 곤죽이 됐고,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는 그들의 눈은 서슬이 퍼랬다. 후에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 셋은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군 교화소에 구치되었다고 한다.

군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문제가 현재 북한군이 직면한 또 하나의 골치거리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