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치적사업은 호화 ‘워터파크’…민생은 뒷전

집권 2년 차인 김정은은 어떤 치적 사업에 주력하고 있을까?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운 김정일은 평양에 집중되긴 했지만 10만호 살림집과 희천발전소 건설 등은 그마나 주민생활개선이라는 선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부유층이나 간부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 물놀이장, 스키장 등 대규모 유흥시설 건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러한 유흥시설 건설을 통해 주민들의 여가가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생활고에 허덕이는 일반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김정은이 일반 주민들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 사업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민들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경제개혁은 단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김정은이 주민 여가생활 향상에 힘을 쏟는다’고 선전하기 좋은 유흥건설 사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평양 문수지구에 건설 중인 문수물놀이장 현장모습. 노동신문은 18일 “세계적 수준의 물놀이장이 건설되고 있다”며 문수물놀이장 건설 소식을 전했다./노동신문 캡처

일각에선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김정은식 치적사업이 일부 특권층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키장 건설과 대규모 물놀이장(워터파크)을 이용할 수 없는 일반, 지방 주민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최근 김정일 시대 희천발전소를 두고 ‘희천속도’라는 격문(檄文)을 통해 주민들의 체제동원을 독려했던 것처럼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서 ‘마식령 속도’라는 격문으로 주민들에게 이를 따라 배울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관련 없는 스키장 건설에서 급조된 마식령속도 격문이 얼마나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탈북자는 “아무리 치적 사업이라고 해도 북한 인민들의 생활과 관련된 전력난 해결이나 경제개혁 관련 사업이 아닌 호화스러운 유흥지 건설 사업을 치적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좀 어설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건설 중인 강원도 원산 마식령 스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전했다./노동신문 캡처

이어 이 탈북자는 “현재 평양에 건설 중인 문수 물놀이장 등 유흥지 건설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면서 “이러한 돈을 인민생활 향상이나 경제건설에 쓰지 않고 쓸모없는 데 돈을 탕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이러한 김정은 치적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마식령속도 창조를 위한 오늘의 대진군에 영예로운 승리자가 되자’는 제하의 글에서 “온 나라에 건설의 대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문수지구에 우리 인민의 문화정서생활에 적극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적수준의 문수 물놀이장이 새로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문수물놀이장은 초호화 ‘워터파크’를 방불케 한다. 문수물놀이장은 야외 및 실내물놀이장, 각종 야외체육시설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종합 물놀이장으로, 10여 개의 물놀이수조(풀장)과 한증탕, 샤워실, 식당, 편의 봉사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신문은 “(김정은이) 바쁘신 속에서도 문수물놀이장 건설정형을 수시로 요해하시며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셨다”며 대규모 물놀이장 건설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을 선전했다.


김정은은 또 지난달 강원도에 건설 중인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 “용감성과 민첩성을 키워주는 스키운동은 전문선수들뿐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운동”이라며 “스키장이 건설되면 온 나라에 스키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일 북한은 호소문을 통해 “우리 인민들과 청소년들은 마식령스키장에서 마음껏 스키를 타며 체력을 단련하고 풍치 수려한 자연경치를 보면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낄 행복의 그날을 그려보고 있다”면서 “‘마식령속도’를 창조하여 스키장 건설을 올해 안으로 끝내자”고 독려했다.










▲2012년 7월 26일자 노동신문 1면. 신문은 6면 일부를 제외한 전면에 능라유원지 준공식 사진을 게재했다./노동신문 캡처


노동신문은 이날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군인 건설자들을 위하여 거듭 베풀어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더욱 고무된 군인 건설자들은 전투장마다 ‘마식령속도’ 창조의 불바람을 세차게 일으키며 연일 혁신적성과를 이룩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에도 대규모 놀이공원인 릉라인민유원지를 개장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릉라인민유원지가 세계일류급의 종합적인 유원지로 꾸려짐으로써 세계를 향해 인민의 최고 이상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김정은 시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참모습이 뚜렷이 과시됐다”고 선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릉라인민유원지의 준공식에 참석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것이 당의 의도”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준공식 관련 사진을 신문 1면부터 5면까지 게재하는 등 대대적으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