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에 굴복한 한심한 대학들

서울 소재 대학들이 연거푸 행사장소를 취소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북한인권대학생국제회의가 10일 성신여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성신여대 정문 입구에는 서총련 18기로 소속을 밝힌 대학생 십여 명이 ‘북한인권대회는 한반도 전쟁책동’이라는 날이 선 구호를 들고 나와 거리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가 내린 투쟁지침에 따라 “북한인권대회가 북의 체제를 헐뜯고 반북(反北) 여론을 조장하기 위한 대회’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그러나 ‘투쟁현장’에 출동한 규모는 너무나 초라했고, 구호도 앞뒤가 맞지 않고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서총련 소속 학생들은 ‘북한인권 문제 운운하는 것은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려는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대회 2박 3일 동안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북한인권 개선 회의에서도 한반도가 분단이라 특수성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엄포에 몸을 사리기 위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야 한다는 자칭 ‘통일세력’의 비겁함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학도 친북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그 규모도 미미할 뿐더러 궤변으로 무장한 한총련의 협박에 대학 당국이 줄줄이 굴복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학생회의는 이화여대, 숙명여대, 명지전문대에 장소 신청을 했다가 모두 일방적으로 취소 당했다. 행사 5일 전 갑작스레 취소를 통보한 이화여대 본부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두 행사로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물론 대학 당국의 결정에 이해가 되는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해 미국과 일본의 대학생까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불허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그만큼 우리 대학이 친북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회나 시위, 수 백명이 숙식을 하는 행사도 아닌데도 대학은 당당하지 못했다. 한총련의 협박이면 북한인권 행사는 캠퍼스에서 발 붙이기 어렵다는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성신여대 앞에서 시위를 벌인 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일체의 토론을 거부했다. 그리고 모든 나라에 인권문제가 있는 만큼 북한만 문제삼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만악의 근원 미국이 유럽에 CIA 비밀감옥을 운영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리고 ‘미제 축출가’라는 노래를 불렀다.

과거 87년 전대협이 내세운 반미운동에서 18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 발짝도 변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들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제대로 알기나 할까?

이들과 북한인권 개선방안에 대해 ‘북한인권대학생회의’측과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날이 오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신주현 취재부장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