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내부 리포트

▲ 지난 5월 리만수씨가 촬영한 청진역 앞의 꽃제비들.

DaiyNK는 2005년 5월 초 함경북도 청진에서 신의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북한 전역을 촬영한 리만수(가명)씨의 동영상 중 일부 스틸 사진을 5회 연속 연재한다. 사진을 통해 최근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동영상 중 ‘영실'(영양실조)로 집으로 돌아가던 북한 현역군인과의 인터뷰가 지난 7월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30대 중반인 리만수씨는 북한 00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노동자로, 90년대 말 대기근 당시 가족을 데리고 중국으로 탈출했다.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을 떠돌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 언론사 <아시아프레스> 기자를 만나게 된다. 리씨는 외국인이 중국 국경까지 와서 북한의 실상을 기록하고 세계에 전달하려는 것에 놀라, 자신도 북한의 현실을 세계에 전달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제의했다.

리씨는 일본 기자로부터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윤리와 취재촬영 훈련을 받아 2003년 다시 북한에 들어간다. 그는 2004년부터 북한 내부의 모습을 촬영해 일본 및 세계 언론에 북한 현실을 전했다.

리씨는 2005년 5월 초 청진-신의주간 열차에 탑승, 청진-함흥-순천까지 이동했다. 북한은 열차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차역 이외 지역에서도 열차가 멈추면 북한 곳곳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첫 회로, 열차의 출발지인 청진 역 부근의 광경을 공개한다. 사진설명은 표기를 한국식으로 고친 것 외에는 동영상에 담긴 리씨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청진~신의주간 열차운행 코스>


▲ 청진~신의주간 열차는 청진-함흥-고원-양덕-간리-안주-정주-순천-용천-신의주 역등을 거친다. 정상적으로 달리면 36시간 정도 걸리지만 정전 때문에 보통 2~3일이 걸린다. 식량난 시기에는 열흘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 이 사진의 저작권은 아시아프레스에 있다. 무단전재 금지.

● 청진시로 진입하는 외곽 길

최근 북한은 시장경제가 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확대중이다. 살아남기 위해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장사를 하려면 팔게 있어야 한다. 농촌에는 농산물 외에는 팔게 없는데, 그나마도 간부나 군대에서 빼내가, 농촌에는 얼마 남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2년새 경향은 농촌이 굉장히 힘들어졌다. 90년대 기아사태 때는 대도시부터 배급제가 무너져 도시 사람들이 갑자기 죽어나갔는데, 지금은 농촌에서 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 최근 북한 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게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빈부격차의 원인이 된다. 농촌은 팔 게 없으니까 산에서 나무라도 해서 도시에 내다 팔아야 한다. 농민들이 청진 외곽에서 도시로 나무를 운반하는 모습.

= 동영상에는 리만수씨가 “학교는 안가냐?” “너는 방학이냐?”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옆에 있던 소년의 어머니가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학교냐? 나무라도 팔아야지 산다. 농촌에는 먹을 게 없다. 없어서 이렇게 청진시내에 나무라도 팔아야 강냉이라도 먹고 산다”고 답한다.

● 청진역 앞

역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북한에서는 기차가 제 시간에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 기차에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20 시간이고 2~3일이고 마냥 기다린다.

= 청진역사 앞

= 사람이 너무많아 대합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 역 앞 마당에 의자도 없이 땅바닥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 역 앞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꽃제비도 모인다. 사람들 많은 곳에 주워 먹을 것도 있고, 구걸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용 옷을 입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온 중고 옷들이다. 구호소에서는(꽃제비들 보호소) 어린이용 옷이 모자라기 때문에 어른 옷이라도 나눠준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보니까 지루해진다. 그것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빌려주는 좌판에서 만화책이 눈에 띈다. 옆에는 소설책도 있다. 한번 빌려주는데 100원씩 받고, 신분증과 교환해서 빌려준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식장사도 성행한다. 출출한 사람들이 국수를 먹고 있다.

● 새벽 4시경 청진 역 앞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녘 청진역은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의 숙소가 된다. 하룻 밤 덮을 수 있는 거적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 그나마 맨 몸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 구루마(손수레)에 덮여있는 하얀 비닐안에 들어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일꾼(짐꾼)들은 대부분 집이 없기 때문에 구루마가 집이다. 생산수단 겸 집인 셈이다. 생산수단과 집이 있으니 그나마 완전한 꽃제비 들보다는 낫다.

= 며칠전부터 같은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다. 시체 같아 보이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The DailyNK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