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對北 매체’ 비평, 제대로 알고나 하나?

KBS 1TV ‘미디어 비평’은 12일 저녁 ‘북한 보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는 제하의 프로그램을 방영, 현재 북한 뉴스가 북한 주민 및 탈북자, 북한 관련 매체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오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비평’은 이날 보도에서 화폐개혁 이후 언론 매체의 북한 동향 관련 보도를 분석하고 북한 주민이나 무역일꾼, 탈북자를 통해서 나오는 정보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보 혼란을 가중시키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화폐개혁 이후 내부 혼란상황에 대한 보도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미확인 정보가 남발되고 있다는 점도 캐물었다. 또 같은 신문이 하루 만에 정반대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믿거나 말거나 식의 보도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비평’은 북한 관련 보도가 가질 수 있는 이러한 일련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차 확인과 북한 전문가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비평의 이같은 지적은 일면 타당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을 담당하는 언론 매체 종사자들의 신중한 자세가 촉구되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 보도 분야에서 누차 제기돼 왔던 것으로 주요 언론 방송과 매체들 사이에서는 정보에 대한 교차 확인을 필수로 하고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의 평가를 담아 보도하는 것이 관례화 되었다.


그러나 ‘미디어 비평’은 북한 관련 기사가 가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매체들이 어떠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디어 비평’은 방송시간 14분 내내 북한 관련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논란’ ‘확인 불가’ ‘추측’ ‘자극적’ ‘지나치게 북한 매체 의존’ ‘오보 위험성’ 등의 단어를 반복하면서 시청자들의 시각을 한 곳으로 몰아가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먼저 ‘미디어 비평’이 ‘논란’이나 ‘확인불가’ ‘상반된 보도’ 등으로 지적한 기사를 살펴보자.


‘미디어 비평’은 화폐개혁 당시 한 언론이 ‘화폐개혁 환전 가능액수가 10-15만원으로 소식통마다 달랐다’고 보도한 내용을 인용해 북한 관련 보도가 취재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지적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일리NK가 화폐개혁을 최초 보도한 이후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환전가능 상한 액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와 다른 기성 언론에서 확인 불가 입장을 보인 가운데 데일리NK는 이 문제를 주목하면서 화폐개혁의 의도가 ‘시장세력 약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화폐개혁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마다 환전 상한 액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계속 달라졌다는 점이다. 첫날 화폐개혁 상한선을 10만원으로 내놓다가 주민들이 거칠게 반발하자 나중에는 그 액수를 15만원까지 늘렸고 조선중앙은행도 저금 액수를 확대했다. 


화폐교환 상한 액수를 정한 것은 북한이 내부적으로만 추진했던 일로써, 이후에도 계속 변화를 줬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미세한 혼선이 있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체들이 실시간 보도하면서 발생한 미세한 차이를 마치 북한 보도는 취재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처럼 확대 비평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자세다. 


또한 미디어 비평은 “조중동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은 화폐개혁의 실패를 주장하고, 경향과 한겨레는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진행돼 ‘성공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면서 화폐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에 논란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화폐개혁 실패가 일방적인 평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화폐개혁은 북한 당국이 이미 주민들에게 사과한 사안이다. 화폐개혁 당시 북한은 100:1로 디노미네이션(액면 절하)을 실시했지만 북한 쌀가격은 3월 8일 1500원대까지 올라갔다. 화폐개혁 초기에 비해 약 50배가 올랐다.


북한 화폐 가치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달러에 2000원을 넘어서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 당시 노동자·농민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노동자 한 달 월급으로 쌀1kg밖에 살 수 없게 됐다.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급속한 인플레이션에 유통 구조마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이 화폐개혁이 실패라고 진단하고 있는데도 화폐개혁 평가에 논란이 많은 것처럼 보도한 것은 ‘기계적 균형 논리이거나 북한에 대한 무식함’ 둘 중의 하나이다.


‘미디어 비평’이 예를 든 것은 하나같이 이러한 내용이다.


또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기관지 ‘In&Out’이 지난해 5월 28일 김정일 후계 관련 ‘군대와 보위계통 간부들 사이에서 (김정은이) 이미 추대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정은 찬양가요 발걸음이 보급됐다’고 전한 내용과 데일리NK가 5일 후 ‘김정은 후계작업 중단’이라고 보도한 기사를 비교하면서 북한 매체들이 보여주는 정보 혼란의 예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소식지와 데일리NK의 보도는 상반된 기사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부터 후계자 구축작업을 진행해 군당 간부 이상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5월 하순경에 지나친 조기 우상화가 가져올 권력 이양을 우려한 김정일이 ‘김정은 후계작업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이 복수로 확인됐다.


데일리NK는 이것이 ‘일시적인 중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김정은에 대한 후계작업과 우상화’가 지나치게 빨리 되고 있다는 김정일의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후계자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와 ‘일시적 중단’이 상반된 주장이 아님에도 미디어 비평은 ‘반대 주장’으로 몰아갔다. 


미디어 비평은 북한 관련 보도에서 북한 내부 주민, 탈북자, 북한 관련 매체의 인용이 오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나 매체가 허위 선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그나마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를 통한 취재이다. 지금까지 북중국경 지대와 내부 주민을 상대로 취재해오면서 내린 결과는 북한 당국이나 평양 시민의 말보다 일반 주민과 탈북자의 증언이 비교적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보도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는 한 교차 확인과 전문가의 검증, 시간을 충분히 두고 확인하는 길 밖에 없다. 결국 북한 관련 보도의 진위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정보의 신뢰도가 달려있다.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오보를 양산하는 단체와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옥석의 구별이 필요하지, 북한 관련 매체를 뭉뚱그려서 일반적인 문제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미디어 비평에 출연한 전문가도 이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특히 대북 매체가 1개 지역 쌀값만을 확인하는데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취재원이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미디어 비평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애써 말을 아끼면서 여러 편집 기법을 동원해 북한 주민을 취재원으로 한 대북매체의 보도가 마치 자극적이며 무리한 추측성 기사가 대부분인양 치부해버렸다. 


TV 프로그램은 제공된 화면과 텍스트, 진행자의 멘트 등이 합쳐져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의도한 방향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번 ‘미디어 비평’ 보도는 결론적으로 ‘북한 매체는 확인 안된 추측성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심어주고 말았다.


기자의 눈으로 보기에 정작 전문성을 갖춰야 할 곳은 ‘미디어 비평’인 듯 싶다.


북한 관련 보도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보 해독 능력과 사실확인에 대한 집요한 노력이 필요한 데도 미디어 비평이 그러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보니 엉뚱한 근거와 추측으로 북한 관련 보도를 비난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미디어 비평은 북한 보도에서 ‘교차 확인과 대북 전문가 육성’을 강하게 촉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구를 내부에서부터 먼저 실현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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