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피해자 가족, 정부에 “해결 의지 있나” 질의

문 대통령 등에 5가지 질문 담은 질의서 발송…北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 묻기도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가운데) 등이 2018년 12월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자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사건의 피해 가족들이 20일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고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는 이날 KAL기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조치와 관련된 5가지 질의사항을 담은 ‘1969년 12월 11일 대한항공 YS-11기 납북 사건의 11인 송환 등 피해자 중심의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 관련 질의서’를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

가족회는 질의서에서 “북한에 납치된 50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11인의 가족은 지난 반세기간 이들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서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양자대화, 유엔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을 통한 다자외교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었다.

아울러 가족회는 KAL기 납북사건을 언급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북한의 문제 해결 필요성을 담은 유엔 인권이사회·유엔 총회 북한인권 결의안,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제2차,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UPR) 권고사항 등을 언급하며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실제 지난 5월에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제3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우루과이는 북한이 KAL기 납북 피해자와 관련된 유엔의 진정 절차에 응할 것을 권고했으며, 아이슬란드는 납북 피해자 황원 씨의 실명을 거론해 북한이 현재까지 송환하지 않은 승객과 승무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가족회는 정부가 ▲1970년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헤이그 협약) ▲1971년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의 억제를 위한 협약’(몬트리올 협약) 등에 따라 북한에 납북자의 송환을 요구하거나, 해당 협약의 분쟁해결 규정을 활용해 북한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북한은 국제협약에 가입했더라도 자국에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적용을 유보해왔는데, 헤이그 협약과 몬트리올 협약에 대해서는 유보를 선언하지 않아 ICJ 제소가 가능하다는 게 가족회 측 입장이다.

황인철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데, 정부는 끊임없이 ‘북한이 납치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최우선과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분명히 국제협약에 따른 해결 방도가 있기에 저희로서는 정부의 해결 의지를 알고자 질의를 하게된 것”이라고 이번 질의서 발송 배경을 설명했다.

KAL기 납북사건은 1969년 12월 11일 김포발 강릉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간첩에 장악돼 북한에 착륙한 사건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이듬해인 1970년 2월 14일 승객·승무원 50명 중 39명을 송환키도 했으나, 황원 씨를 비롯한 11명은 돌려보내지 않았다.

황인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유엔에 제출한 진정서의 흑백사진에서 황원씨가 당시 2살인 황인철씨를 안고 있다.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한편, 국제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지난 5월 KAL기 납북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를 대리해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에 황원 씨의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WGAD는 최근 북한에 내달 17일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북한으로부터 어떤 답변이든 오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KAL기 납치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진실을 감출 수 없다고 본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송환) 절차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북한이) 모르쇠로 일관해서 이 문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보고, 국제사회의 원칙에 따른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