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 피해자, 유엔에 진정서 제출… “자의적 구금에 해당”

황인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유엔에 제출한 진정서의 흑백사진에서 황원 씨가 당시 2살인 황인철 씨를 안고 있다. /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1969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 피해자 가족이 유엔에 억류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국제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20일 KAL기 피랍자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를 대리해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에 황원 씨의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은 국제 인권 규범에 합치하지 않는 구금 사례를 조사하고, 자의적 구금 여부를 판단해 필요한 권고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실무그룹이 황 씨의 아버지에 대해 자의적 구금이라고 판정하면 북한에 석방이나 조사 등을 권고할 수 있게 된다.

황 씨는 “(아버지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근처에서 가택 연금(house arrest)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법적 근거가 전혀 없이 신체 자유가 박탈돼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 씨는 “가족과 자유로운 연락과 지인들에 대한 연좌제 등의 우려 없이 (아버지의) 자유의사를 제3자에 의해 확인해야 한다”며 “북한 정부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구금이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씨는 “(WGAD 측에)자의적 구금 금지와 같은 강행 규범(peremptory norm)과 대세적 의무(erga omnes norm)를 북한의 모든 관리가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강행 규범은 조약 등을 통하여 바꿀 수 없는 국제법규이고, 대세적 의무는 그 중요성 때문에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국제규범이다.

진정을 제출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이 인권 문제에 생각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처럼 유엔 등을 통한 지속적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며 “8월 중순으로 예정된 WGAD 제85회 회기에서 황원 씨 사건에 대한 결정문이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1969년 12월 11일 탑승자 51명(승객 47명, 승무원 4명)을 태우고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기를 여객기 납치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되자 북한은 1970년 2월 5일 고정간첩으로 밝혀진 승객 조창희, 승무원 4명과 승객 7명을 제외한 39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다. 황 씨의 아버지는 미송환자 11명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