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폭파범 ‘김현희 편지’ 주장 글 공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21주년(29일)을 앞두고 지난 5년간 잠적했던 폭파범 김현희씨가 썼다는 편지와 김 씨의 근황 사진이 ‘조갑제 닷컴’을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조갑제닷컴에 이 편지와 사진을 제공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안내말씀’에서 지난달 하순 김현희씨의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문의 이 편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국정원 등의 “친북.좌파세력”이 공중파 방송 3사를 동원해 KAL기 폭파 조작설을 퍼뜨리기 위해 김현희씨에게 ‘KAL기 폭파를 북한 김정일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하도록 강압했다고 주장했다.

편지는 방송사들의 김현희씨 집 “습격” 등으로 인해 김씨가 살던 집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추방”이라고 표현하고, 이런 사실들을 “이제 세상에 알릴 때가 된 것 같다”며 “저는 KAL기 사건으로 (북한의) 대외정보조사부가 해체되었듯이 국정원도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편지 내용에) 많은 부분이 오해하고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안다는 정부 관계자는 “당시 KAL기 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을 때 언론과 유족 등은 국정원 측에 `김현희씨가 나와서 입장을 밝히도록 하라’는 요구를 했으나 자식이 있는 김현희씨가 언론 노출을 피했기 때문에 결국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당국 차원에서 김현희씨에게 매체에 나서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편지는 필체가 외관상 1987년 김현희씨가 쓴 자술서의 필체와 다른 점이 많아 김씨의 필체가 그 사이에 변한 것인지, 다른 사람이 쓴 것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필적 감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987년 12월28일자 진술서에선 ‘파’ ‘최’ ‘다’ 후’ ‘되여’ ‘부부’ ‘차’ ‘타’ ‘이’ ‘서’ 등의 글자가운데 아래로 쓰는 획은 대부분 괘선 밑으로까지 그어졌으나 이번 편지에선 모든 아래 획이 괘선에서 정확하게 끝나고 있고, 아리비아 숫자도 1987년 진술서에선 `7’이라는 생략체로 돼 있으나 이번 편지에선 정자체 7로 돼 있다.

이동복 대표는 또 ‘안내말씀’에서 “김현희의 남편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들 가족은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에 전화마저 소유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갑제닷컴에는 5년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김현희씨의 최근 얼굴이 비록 흰색 모자와 선글래스 차림이긴 해도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 바닷가 사진이 실려있어, 이러한 ‘안전’에 대한 우려나 김씨의 대중노출 회피와는 상치된다.

일부 언론에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기는 했지만 김씨의 아들과 딸로 보이는 두 아이가 김씨와 다정히 있는 사진까지 공개돼 이들 사진의 공개가 과연 김현희씨의 뜻에 따른 것인가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두 아이와 가족들에 대한 피해 가능성 등을 우려해 각종 의혹 제기에도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온 김씨가 편지와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편지를 전한 김씨의 `남편’에 대해 이동복 대표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남편의 얼굴을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만나서 얘기를 하고 편지를 읽다보니 맞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편지는 방송3사가 한결같이 KAL기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점을 들어 국정원의 기획에 따른 공모라고 주장하거나 “친북 정부는 KAL기 사건으로 16년간 족쇄를 차고 있는 북한에 대해 그 족쇄를 풀어주고 관계개선을 하는 동시에 국내 정치세력 구도를 변화시키는 데서 과거사들중 해당 사건은 KAL기 사건이 가장 좋은 소개거리라고 여겨졌나 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자체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서 KAL기 폭파사건을 재조사하면서 국정원 간부들을 통해 이 사건의 조작설을 주장한 사람들을 제소한 것에 대해 편지는 국정원이 자신들의 의도를 감추기 위한 “이중플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때 조작설을 주장했던 사람도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과거사규명발전위는 KAL기 사건 조작 의혹을 부인하는 결론을 내고 이를 발표했다.

김현희라고 주장하는 편지의 필자는 또 KAL기 사건을 대선용으로 안기부가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한 소설가 서현필씨 등에 대한 국정원 간부들의 제소 사건과 관련, 자신이 지난 8월 “검찰과 사법 당국에 편지 형식으로 탄원서를 제출”해 “이 사건은 국정원이 검찰과 사법 당국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 “저의 탄원서 때문인지 선고 재판이 한달 가량 연기되었다가 지난 9월 초순경 소송건이 무혐의 처리되고 국정원은 패소당했다”고 주장했다가 바로 뒤에서는 “저의 탄원서 제출 노력은 그다지 효력이 없었다고 여겨진다”고 말하는 등 앞뒤에서 모순된 말을 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 한 관계자는 “자기가 김현희라고 밝히는 편지가 왔는데 편지 내용은 ‘나에 대한 조작이 있고 피해 다니고 있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정작 재판과는 거의 무관한 내용이었고 좀 장황하고 이해가 안돼 한번 읽어보고 기록에 첨부했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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