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사건 `진술강요’ 진실밝혀질까

참여정부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이 조작됐다는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김현희(47)씨 주장의 진위가 국정원 내부 조사에서 어떻게 가려질지 관심을 모은다.

KAL기 폭파범인 김씨는 11일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최근 언론을 통해 주장한 국정원의 증언 강요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그렇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현 정부에서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의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해 11월 남편을 통해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전한 편지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국정원 등이 자신에게 방송에 출연, ‘KAL기 폭파를 북한 김정일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을 폈다.

참여정부 초반 과거사 진상규명이 활발히 이뤄질 당시 KAL기 사건 유족 측과 진보진영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해온 전두환 정권의 자작극설(說)이 사실이라고 말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참여정부 초반까지 국정원에 몸담았던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의 ‘결백’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작년 11월 당 최고위원.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김현희씨가 TV에 출연해 KAL기 사건은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달라는게 당시 국정원의 입장이었다”며 “김씨가 20년간 칩거하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피해의식을 갖게 돼 그런 주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주장의 파장이 진화되지 않자 국정원도 작년 말 내부 진상조사에 착수, 당시 담당 라인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씨 주장의 사실관계, 당시 전반적인 정황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TV출연을 권고한 것은 사실로 보이는 만큼 쟁점은 결국 나가서 무엇을 말하길 요구했느냐로 모아진다.

김씨 주장대로라면 진보 정권때 국정원 또는 일부 국정원 직원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전두환 정부 시절 ‘국기문란’ 행위가 있었음을 진술하도록 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이철우 의원이 대변한 국정원 측 입장 대로라면 국정원 측은 김씨가 직접 나서서 자신들에게 쏠리는 의혹의 시선을 해소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게 된다.

2003년 11월 국정원 직원들이 KAL기 사건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실화소설을 쓴 작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은 국정원 측의 ‘결백 주장’에 힘을 싣는 정황이다.

하지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김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하진 않았더라도 일부 직원이 ‘일탈행위’를 했을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7년 KAL기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작 사건이 아님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