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의 무장투쟁 포기선언을 환영한다

▲ 당사에서 기자회견하는 제리 애덤스

IRA(아일랜드공화군)가 무장 투쟁 포기를 선언했다. 계속된 테러로 우울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IRA는 성명을 통해 28일 오후 4시를 기해 무장 투쟁을 종식하고 군사 행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향후 조직을 해체하진 않되 무장 투쟁 대신 정치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영국 정부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히며 전쟁이 평화로 대체되고, 테러가 정치와 자리를 바꾼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동안 꾸준히 압력을 행사해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즉각 환영을 표하고 있다.

이번 IRA 결정의 자체 배경은 두 가지 방향에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방향 전환에 대한 내부 논쟁이 촉발된 측면이다. 4월 총선에서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당수 제리 애덤스는 무장 투쟁이 아닌 정치적 방법만을 통해 그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의회의 5석을 차지하여 북아일랜드 제2당으로 부상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원들의 퇴직금 마련을 위해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의 은행을 턴 사건과 IRA 조직원이 술집에서 카톨릭계 청년을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IRA는 도덕적 치명상을 입게 되었으며, 자신들을 지지해온 카톨릭 교도들마저 점차 등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 성명은 최근 IRA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평화선언으로 이해된다.

IRA 테러 희생자, 30년간 약 3,200명

‘북아일랜드 분리운동’으로 불리는 영국과 IRA 간의 분쟁은 1969년 이래 약 32,00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IRA와 영국의 갈등은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 휴전 조약이 체결되어 아일랜드 북부 울스터(Ulster) 지방의 6개주는 영국에 잔류하고 남부 아일랜드의 26개 주는 독립하게 되었다.

IRA는 북아일랜드 내 신교도(95만 명)의 위협으로 부터 구교도계(65만 명)를 보호하고 아일랜드 통합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1969년에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영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하였다.

북아일랜드의 신구교들은 1998년 ‘굿프라이 데이 협정’을 통해 주민 선거를 바탕으로 신구교도 정당들이 의석 비례로 참여하는 자치 정부를 구성해 북아일랜드를 통치하기로 합의하였다. 양측은 이 협정을 바탕으로 1999년 권력 공유 자치 정부를 출범시키고 27년 간의 영국 직접 통치를 종식시키면서 평화가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IRA의 무장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IRA와 자치정부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었으며, 2000년 2월 IRA의 파생조직인 ‘컨티뉴어티 IRA’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재현되면서 결국 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다. 그 후에도 계속적인 노력이 있었으나 평화 협상은 교착상태를 공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IRA가 무장투쟁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IRA의 무장투쟁 포기 선언이 지니는 대외적 의미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는 비슷한 사례들에 대해 바람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둘째는 테러 집단이 스스로 테러를 포기하고 평화적 방법을 선언한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RA 세계 분쟁지역에 중요한 교훈 남겨

세계는 현재 1백여 군데가 넘는 국지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분쟁은 종교 인종 민족 분쟁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이성적이며 비문명적인 유혈 분쟁은 하루에만 수십 수백 명을 학살하고 있으며, 서로가 상대방을 탓하며 죽고 죽이는 악순환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과도 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반드시 유혈 분쟁이 아니더라도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이 종교 인종 민족 문제와 같은 ‘태생적’ 갈등을 심각한 내재적 문제로 안고 있다. 정치화된 인종집단들이 자치나 독립을 요구함에 따라 역사적으로 반목과 불신 관계에 있던 서로 다른 인종 그룹들 간의 세력 다툼이나 폭력 갈등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IRA 간의 이러한 유혈 분쟁도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계적 상황에서 IRA의 무장투쟁 포기 선언이 수많은 유사 사례들에게 실로 전향적인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냉전은 총성 없는 3차 대전이었으며 오늘날 세계는 ‘테러’와의 4차 세계 대전을 치르고 있다. 냉전의 붕괴와 함께 강대국간 핵전쟁의 위협은 약화되었을지 모르나 오히려 테러, 마약 문제와 같은 비재래식 위협 요인의 등장과 확산이라는 더욱 불확실한 상황 앞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제3세계 및 약소국에서의 대량살상무기의 보유 및 개발 움직임은 세계 도처의 종교 인종 민족 분규와 결합되어 통제 불능의 상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9.11 테러는 바로 그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세계인은 경악하였으며 이 지구상에서 그와 같은 무차별 테러는 더 이상 방치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공동의 인식을 가지게 하였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반테러 연대 및 투쟁으로 맞서게 되었다. 국제사회가 테러 종식을 위해 이처럼 합심해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 세력의 무차별적 테러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테러가 설 자리 없다는 사실 국제사회가 보여줘야

이런 가운데 대표적 테러 집단으로 ‘악명 높았던’ IRA의 무장투쟁 포기 선언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진의야 어떠하든 무고한 민간인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되어야 하는 테러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세계인의 공통된 생각이며, 세계 시민들은 계속적인 위협과 희생 속에서도 ‘진실’을 지지하며 지켜내고 있다. 더 이상 테러 세력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며 그 어떤 증오와 분노도 무차별적 공포 테러와 같은 수단을 빌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 일단 IRA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적어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 유혈 참극의 분쟁 양상에서만큼은 탈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더구나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그간의 수많은 노력이 토대가 되었던 만큼 구체적으로도 그 긍정적 전망을 가져 본다.

어떤 난관이 나서더라도 흔들림 없이, 민주적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성실한 약속 이행을 통해 공존 공영의 자치 공동체를 구성 발전시켜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이번 IRA의 용단이, 비슷한 문제와 인식으로 결국 테러의 방법을 선택하였던 ‘테러 세력’들에게 진실로 의미심장한 선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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