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訪北 ‘2·13합의’ 첫 시련 될수도

북한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에 따라 지난 23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서 양측의 협의 내용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8~1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던 북핵 6자회담의 결과인 ‘2·13 베이징합의’에서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down)·봉인하고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monitoring)’ 및 ‘검증(verification)’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엘바라데이 총장은 23일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북한으로부터 방북요청을 받아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발표하고 “북한이 IAEA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핵시설 동결과 궁극적인 핵시설 폐기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인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북한의 IAEA 회원국 복귀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엘바라데이 총장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지난 2002년 12월 북한이 IAEA 사찰 요원을 철수한 이후 4년여 만에 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IAEA는 3월 5일부터 35개국 이사회를 열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와 이란의 핵 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엘바라데이 총장이 IAEA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할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워킹그룹이 아직 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 빠르게 엘바라데이 총장을 초청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엘바라데이 총장에 대한 북한의 발 빠른 초청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IAEA 요원 수용의 맥락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초기조치 이행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이 하나 같이 북한의 이번 조치를 ‘2.13 베이징합의’ 이행의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엘바라데이 총장이 사찰단원들을 동행하고 방북할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선 총장의 방북만으로도 4년여 단절됐던 북한과 IAEA의 관계가 복원되는 의미도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북 과정에서 2·13합의문에 모호하게 명기된 IAEA의 활동 범위와 권한에 대해 명확한 해석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IAEA 활동 범위가 단순히 영변 핵시설에 한정되는 것인지, 또한 ‘감시’와 ‘검증’이란 표현이 ‘IAEA의 안전조치’가 요구하는 ‘사찰(inspection)’의 권한을 명기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북한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및 검증이 이뤄지기 이전인 이른바 ‘초기단계’에서는 보유한 핵무기 등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IAEA의 활동범위를 영변 핵시설로 제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2·13 베이징 합의에는 “IAEA 요원을 초청(invite)한다”고 돼있어 그의 방북이 IAEA ‘권한 발동’의 의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IAEA 방북단이 북한 내부 행보는 북한이 마련한 스케줄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IAEA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과 ‘IAEA 안전조치’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AEA는 영변 핵시설을 비롯한 핵프로그램 관련 시설로 의문이 가는 시설에 대한 사찰권한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IAEA 요원들의 활동 범위와 권한을 크게 제약할 경우 2·13 베이징합의의 시련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