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U 정보 과장” 北 대변한 그들을 北이 배신해

북한의 농축우라늄 시설 전격 공개는 지난해 6월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발표 이후 1년 만의 가시적 확인 조치다.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 핵 담판을 벌이는 과정에서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 이후 8년 만에 북한 HEU 프로그램은 90% 이상의 연막을 걷고 그 실체를 드러냈다.


북한은 아직 농축우라늄의 최종 종착지가 경수로용 LEU(저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인지 무기용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인지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와 각종 제재에도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또한 2003년 강 부상이 켈리를 만나서 HEU 프로그램 존재를 사실상 시인한 점과 지난해 농축우라늄 활동 커밍아웃이 플루토늄 무기화 등 군사대응 차원에서 발표된 바 있어 농축시설의 최종 목표가 핵무기용 HEU 보유용일 가능성이 크다. HEU 관련 발표는 추가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농축우라늄 기술을 최초로 도입한 것은 1991년, 2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한 것은 1998년으로 추정된다.(파키스탄 핵과학자 칸 박사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증언) 그러나 북한의 HEU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8년 가까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2002년 켈리와 함께 방북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은 강석주를 만날 당시 그의 통역관이 ‘HEU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우려에 대해 듣겠으나 우리 입장부터 들어달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한국과 미국의 관련 학자와 언론, 전직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HEU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과장됐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007년 3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그 시점에서 근거가 불확실한 HEU 문제를 제기한 것은 거대한 정보조작에 따른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양성철 전 주미대사도 같은 기사에서 “북한의 HEU에 대한 왜곡은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쟁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 “북한에 HEU가 있다는 정보도 없고 구체적으로 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HEU 북한 존재설을 (미국의) 정보 왜곡사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최재천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2007년 3월 한 세미나에 참석해 “(UEP에 대한) 정보과장과 경수로 (지원) 종료 압박은 미국 네오콘이 주도했다”며 “상대방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7월 프레시안과 가진 정세토크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해 “엉뚱하게 HEU 문제를 만들어서 북한을 압박한 부시 정부가 북한으로 하여금 결국 핵실험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라며 핵실험의 책임이 부시 행정부에게 있다는 주장을 했다.


임 전 원장은 지난해 북한이 농축우라늄 착수 소식을 접하고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로만 보면 경수로 원료 확보를 위한 저농축 우라늄을 개발한다는 뜻”이라며 “2002년 당시 미국의 주장은 이후에 밝혀진 대로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을 옹호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켈리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방북단의 일원이었던 마이클 그린 NSC 아시아담당 국장 등 방북인사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HEUP 의혹은 기본적으로 당시 존 볼턴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의 작품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외에서는 대표적으로 북핵 6자회담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가 2007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HEU 프로그램은 복잡한 프로그램”이라면서 “북한이 실제 구입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고, 북한이 이미 확보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당한 기술을 요구한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이용한 핵개발이 위험수준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의 HEU프로그램을 사실상 정보 과장으로 취급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온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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