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연맹(FIDH)은 17일 ‘북한 내 사형(The Death Penalty In North Korea)’에 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FIDH는 국제법에 근거해 각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세계적 인권단체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160여 개국이 넘는 국가에 지부도 운영하고 있다.
FIDH가 북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체는 이번 보고서를 유엔 회원국은 물론 북한 당국에도 전달할 계획으로 향후 국제법에 근거한 새로운 북한인권 어젠다(agenda)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FIDH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내 사형’은 ▲ICCPR(국제협약)의 생명권 ▲사형제 폐지 결의안 ▲자의적 생명권 침해에 대한 강행규범 등의 국제규약 위반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특별보고관 제도 및 최근 설치된 조사위원회, 국가별 정례 인권 검토(UPR) 등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FIDH는 국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조사한 결과를 인용, 북한은 세계에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10개국 중 하나라고 보고했다. FIDH는 북한에서 1990년대 1559건, 2000년대에 910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고했다.
FIDH는 북한이 사형제도 집행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개처형 및 비밀처형의 금지, 경범죄에 대한 사형 금지와 취약계층 보호 등 국제인권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선노동당 최고위층의 결제 없이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FIDH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FIDH는 국내 입국 탈북자들과의 면담에서 ‘고난의 행군’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조선노동당은 지역별로 사형 숫자를 할당해 사회를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본 보고서는 1990년대 후반의 사형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형이 대량으로 이뤄지며 ▲공개처형·비밀처형이 자행 ▲사법절차에 자의적 성격이 있고 사형을 경범죄자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의 형법개혁에도 불구하고 2012년 7월에 있었던 두 번의 정령을 포함해 사형집행이 가능한 범죄의 수가 지난 몇 년간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FIDH는 결과적으로 북조선에서의 사형제는 매우 불투명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생명권의 자의적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초법적 메커니즘, 약식 재판, 자의적 적용의 제도화는 이것이 정당한 사형집행인지 아니면 초법적 살인인지 명확히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FIDH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관련 국제인권 규약의 준수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면서 “초법적·약식·자의적 처형 등 모든 사형집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조사위원회(COI)에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사형 집행과 북한에서 만연한 제도적이고 광범위한 사형과 관련한 인권침해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보고서는 FIDH가 작년 12월 10~22일까지 서울을 방문,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기관과 북한인권 NGO, 탈북자 12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것이다.
FIDH의 국내 협력단체인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의 권은경 간사는 “이번 보고서는 권고 사안이지만 국제법과 동일시되는 권위를 갖는 보고서로 북한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FIDH가 북한 문제에 나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