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조약 아일랜드에서 좌초…국민투표 53.4% 반대

인구 4억9천5백만 명의 거대 유럽이 그 1%도 안 되는 400만 인구의 소국 아일랜드의 선택에 경악하고 있다.

13일 유럽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한 ‘리스본 조약’(Lisbon Agreement)에 대한 비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한 아일랜드가 국민 53.4%의 반대로 조약을 부결시킨 것이다.

리스본 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EU 헌법의 통과가 좌절되면서 EU 정상들이 그 대안으로 마련한 조약이다. EU 정상들은 EU 통합을 계속 증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2007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EU 헌법을 완화해 이 조약을 새로 제정하였다.

당초 계획은 EU 회원국들이 2008년 안에 이 리스본 조약의 비준을 마치면 2009년부터 조약을 발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일랜드에서 조약의 비준이 무산됨으로써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다. EU 대부분 국가들은 의회 비준 방식으로 리스본 조약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아일랜드만 유독 국민투표에 붙였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더구나 현재 18개국이 무사히 비준을 마친 상태이다.

리스본 조약은 주요하게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 의장국과 관련, 현행은 6개월마다 회원국들이 순번제로 하고 있으나 2년 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제로서 EU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내용이다.

둘째, 현행 회원국별 1명으로 27명을 집행위원을 둔 것을 2014년부터 18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셋째,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것인데 현행 만장일치제를 다수결제로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 요건으로는 회원국 인구의 65% 이상 찬성 혹은 회원국 15개국의 찬성으로 의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비록 EU 헌법이 부결되었지만 유럽통합의 발전을 멈출 수 없다는 회원국들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EU의 지도부의 역할과 권위를 강화하는 것이라든가 의안 결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통합의 강도와 속도를 더욱 높여가자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1973년 EU에 가입해 큰 이익을 보았다. 그러나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1.5%로 나오는 등 경제가 나빠지고 이민자 유입이 늘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EU통합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EU 국가들 내에서 12. 5%로 가장 낮은 법인세 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나 낙태 금지 정책 등이 EU 내 법인세 과세방식 조정을 주장하는 프랑스나 낙태 허용 분위기인 EU 국가들의 정책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부정적 투표에 요인이 되었다. 더구나 아일랜드 국민들 사이에 리스본 조약 비준의 의의가 충분히 설명되고 이해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대두되었다.

내달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마침 엘리제궁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아일랜드의 부결로 유럽통합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며 “그러나 회원국들은 비준 절차를 계속 밟아나가야 하며 아일랜드의 부결이 EU가 나갈 바에 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조약은 살아 있고 회원국들은 조약 비준 절차는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본 조약은 현행 만장일치제에 따라 어느 한 나라라도 부결하면 성사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미 18개국이 비준을 마쳤더라도 아일랜드의 부결로 조약은 무효가 된 셈이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이 아일랜드의 부결 사태와 상관없이 EU 국가들이 비준을 계속 진행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법적 효력을 떠나 우선 정치적으로 EU를 향한 분위기를 이어가고자하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향후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통합의 위기가 어떤 방향을 찾을지 그 향배가 유럽은 물론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놓여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