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원시림 1만여평 베어져

반세기 이상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DMZ) 주변의 원시림이 기획 부동산 업자로 추정되는 외지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군부대 검문소에 의해 외지 민간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중부전선 최전방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성제산 군 작전 지역.

산 너머가 바로 DMZ인 이 곳은 군 차량이나 농민들이 지나가는 남방한계선 인근 비포장 작전도로에서 보면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 그 자체다.

그러나 논을 가로 질러 생겨난 임시도로를 따라 오르면 갑자기 원시림이 사라지고 하얗게 속을 드러낸 나무 그루터기 주변으로 잘려 나간 나무토막과 쓰러진 나뭇가지가 뒤엉켜 있는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6.25전쟁 이후 최전방 군작전지역으로 철저히 통제되면서 수십년 동안 자연적으로 보존된 참나무와 버드나무 숲 가운데 어림잡아 1만여평이 며칠 사이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 것이다.

톱날에 의해 쓰러진 나무들은 직경 50㎝가 넘는 버드나무가 있는가 하면 막 자라나는 잡목 등을 가리지 않아 멧돼지와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뛰어 놀던 골짜기 전체가 한 순간에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잘려나간 그루터기와 널려진 톱밥의 수분상태, 방치된 음료병 등으로 미뤄 볼때 이 원시림은 최근에 몇 사람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동톱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이뤄졌다.

특이하게도 잘려나간 나무의 그루터기 주변으로는 토지 측량에 사용하기 위한 빨간색 플라스틱 말뚝과 천 조각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이처럼 ‘금단의 땅’에서 주민들조차 모르는 사이에 수십년생 나무들이 잘려나간 것에 대해 주민들은 최근 개발붐을 타고 광풍처럼 밀려오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기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교류 움직임에다 바로 옆으로 DMZ를 통해 북한과 연결될 수 있는 도로가 최근 확.포장되면서 투기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울창한 원시림은 개발가치가 적어 보이기 때문에 기획 부동산 업자나 토지 브로커들은 개간이 가능한 땅처럼 거래하기 위해 벌목한 뒤 여러 명에게 나눠 팔기 위해 분할 측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평당 몇 만원에 불과한 땅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게 지역 농민들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처녀림과 다를 바 없는 숲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주민들이 5일 현장확인을 나갔을 때도 인근 숲에서는 땅 브로커와 구매 예정자로 보이는 낯선 외지인들을 거래를 위해 상담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법위의 법’이라고 하는 군사시설보호법이 적용되는 최전방지역이기 때문에 개발을 위한 군부대의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결국 매입자들만 브로커에 의해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원시림이 파괴되면서 산기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일부 농민들은 잘려나간 나무토막들이 내년 장마철에 수로를 차단하면서 농경지를 붕괴시키거나 비닐하우스를 휩쓸고 지나갈까 한겨울에 걱정이 태산같다.

이에 따라 반세기동안 자연 상태로 보전된 원시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외지인들을 관계당국이 철저히 적발, 분단에 의해 보호받아온 DMZ 주변의 산림이 투기 광풍에 더 이상 교묘하게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수 십년생 자란 나무들이 잘라 나간 원시림은 6.25전쟁 이후 주민들조차 군부대 통제가 심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곳”이라며 “전 국토를 투기대상으로 보고 있는 브로커들이 이제는 소중한 DMZ 산림마저 훼손시키는 것 같아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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