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울린 평화의 선율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3일 밤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자리잡은 옛 조선노동 당 당사 앞 남북 대립과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최근에는 안보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곳이 이날은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장으로 변했다.

제2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올해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고 ‘전쟁과 평화’라는 음 악제의 주제를 살리기 위해 기획한 특별연주회 ‘DMZ 평화.생명 콘서트’가 궂은 날씨 에도 펼쳐진 것.

이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음악제 관계자들은 애를 태워야 했지만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한다는 방침 아래 노동당사 앞에 설치한 야외 무대엔 대형 천막을 치고 관객을 위한 우비도 준비했다.

연주회에는 김진선 강원도지사,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강효 줄리아드 음 대 교수 등 관계자들과 철원 지역 주민, 인근 군부대 장병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굵어지는 빗줄기 때문에 공연은 예정 시간을 1시간이나 넘긴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막을 올렸다.

참석자들은 굵은 장대비와 무대에서 쏟아지는 조명을 동시에 맞으며 우비에 우산을 들고 빼곡히 들어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연주회는 3.6 사단의 힘찬 팡파르(코플랜드 곡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로 시작됐다.

이어 대관령국제음악제 상주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가 무대에 올라 바흐-스토코프스키의 ‘G 선상의 아리아’,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들려줬다.

바리톤 최현수, 메조 소프라노 이현정, 소프라노 박정원, 테너 강무림 등 성악가들은 전쟁의 아픔을 담은 곡인 ‘비목’을 비롯해 ‘아무도 모르라고’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무정한 마음’ 등 가곡과 아리아를 열창했다.

하지만 궂은 날씨로 인해 예정된 프로그램이 상당 부분 바뀌어 아쉬움을 남겼다.

연주회 하이라이트이자 ‘전쟁과 평화’라는 음악제 주제에 맞춰 특별히 위촉 작곡된 베자드 란즈바란의 ‘깨어남'(Awakening), 전자거문고 연주자 김진희의 ‘한 하늘'(One Sky) 등 두 곡의 초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전쟁의 어리석음에서 깨어남을 상징하는 곡 란즈바란의’깨어남’은 5분 가량으로 줄여 연주됐고, 각자 사상과 믿음은 달라도 한 하늘 아래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김진희의 ‘한 하늘’은 아예 연주가 취소됐다.

예술감독 강효 교수는 “애써 준비하고 기대해온 특별 연주회가 예상치 못한 날씨 때문에 차질을 빚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난감해 했다.

이날 특별연주회로 막을 올린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본 행사는 5일부터 19일까지 보름 간 원래 장소인 평창 용평리조트를 비롯한 대관령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13개국에서 온 140여 명의 학생과 각국 유명 교수진이 참가한 가운데 45회 이상의 콘서트와 20회 이상의 마스터 클래스, 7회의 개인 레슨, 학생 연주회, 협연 자 콩쿠르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5일 용평리조트 눈마을홀 개막연주회에 이어 세종솔로이스츠와 교수진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우예주 등 강원도 출신 신예 스타 등이 꾸미는 ‘떠오르는 연주가 시리즈’, 음악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주제로 프 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춘천시향 연주회(9일 춘천 문예회관), 강원시향 연주회(11일 강릉대 문화관), 산불 피해가 난 양양 낙산사 산사음악회(18일 낙산사),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음악회(19일 평창 문예회관) 등 강원도 일대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과 유럽방송연맹 EBU를 통해 해외에도 방송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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